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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 좋아지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분들 아닌가."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한둘 팀을 떠나고,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하며 사직구장을 찾는 관중수가 확 줄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최악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단 내부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며 팬심이 멀어지고 말았다. 구장은 롯데 경기가 열려도 텅텅 비기 일쑤였다. 손아섭은 "나는 입단할 때부터 운이 좋아 항상 많은 관중들 앞에서 야구를 해왔다. 지난해 팬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프로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 지나칠 경우, 경기력 유지와 일상 생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길거리, 식당도 함부로 나가지 못한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팬들의 지나친 관심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과 1~2년 전 롯데 선수들이 그랬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그 감정조차 사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손아섭을 필두로, 모든 선수들이 부산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그리워하고 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야구장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부산팬들은 의사 표현이 확실하신 분들"이라며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니 팬들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만 말할 수 없다. 결국 사직구장을 다시 한 번 지상 최고의 노래방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선수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안다"라고 했다. 손아섭은 이어 "부산은 야구만 잘하면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바닥을 경험할 수도 있는 곳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다. 부산팬들은 성적이 좋아지면 야구장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분들이다. 팬들의 함성을 다시 사직구장에서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일단 개인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손아섭은 "솔직히 전에는 타격왕이 되고, 최다안타 타이틀도 따고, 골든글러브를 받겠다는 욕심들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버렸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아직 나이 어린 후배급이다. 하지만 그가 야구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 고참 선수들보다 크다. 손아섭이 희생 정신을 얼마나 발휘해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팀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