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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손아섭 "많은 팬들과 야구하고 싶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2-02 16:34 | 최종수정 2015-02-03 07:49


롯데 자이언츠가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피오리아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을 펼쳤다. 롯데 애리조나 캠프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60명으로 구성되어 2월12일까지 훈련을 한 후 일본 가고시마 캠프로 이동한다.
손아섭이 카메라를 향해 장난스러운 포즈로 걸어오고 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1.25

"성적만 좋아지면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분들 아닌가."

롯데 자이언츠 간판타자 손아섭의 2015 시즌 각오는 야구를 잘하는 것이다. 프로선수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런데 단순히 자신의 명예와 연봉 인상 등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팬 없는 프로야구는 아무 필요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손아섭은 "지난 시즌을 보내면서 그라운드에 선다는 것, 그리고 팬들 앞에서 야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손아섭이 한창 1군용 선수로 성장하던 시점, 2009 시즌부터 2012 시즌까지는 롯데의 황금기였다. 홍대갈 트리오(홍성흔-이대호-가르시아)가 2009, 2010 시즌 호쾌한 타격으로 팬들을 끌어모았고, 이후에도 계속 가을야구를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사직구장은 전국 최대 규모, 최고 열정의 노래방이었다. 손아섭은 이 황금기 훌륭한 선배들 밑에서 간판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한둘 팀을 떠나고, 성적이 추락하기 시작하며 사직구장을 찾는 관중수가 확 줄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최악이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구단 내부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며 팬심이 멀어지고 말았다. 구장은 롯데 경기가 열려도 텅텅 비기 일쑤였다. 손아섭은 "나는 입단할 때부터 운이 좋아 항상 많은 관중들 앞에서 야구를 해왔다. 지난해 팬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프로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존재다. 하지만 팬들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 지나칠 경우, 경기력 유지와 일상 생활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길거리, 식당도 함부로 나가지 못한다. 일부 스타급 선수들의 경우, 팬들의 지나친 관심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과 1~2년 전 롯데 선수들이 그랬다. 하지만 롯데 선수들은 그 감정조차 사치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손아섭을 필두로, 모든 선수들이 부산팬들의 뜨거운 함성을 그리워하고 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야구장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부산팬들은 의사 표현이 확실하신 분들"이라며 "팀 성적이 좋지 못하니 팬들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만 말할 수 없다. 결국 사직구장을 다시 한 번 지상 최고의 노래방으로 만드는 일은 결국 선수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잘 안다"라고 했다. 손아섭은 이어 "부산은 야구만 잘하면 영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바닥을 경험할 수도 있는 곳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있다. 부산팬들은 성적이 좋아지면 야구장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오실 분들이다. 팬들의 함성을 다시 사직구장에서 느낄 수 있게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했다.

일단 개인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손아섭은 "솔직히 전에는 타격왕이 되고, 최다안타 타이틀도 따고, 골든글러브를 받겠다는 욕심들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 버렸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아직 나이 어린 후배급이다. 하지만 그가 야구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떤 고참 선수들보다 크다. 손아섭이 희생 정신을 얼마나 발휘해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팀 분위기도 바뀔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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