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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 와이번스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거둔 승수는 13승이었다. 그것도 시즌 개막을 함께 했던 조조 레이예스와 로스 울프가 각각 2승만 올린 뒤 퇴출됐을 뿐 팀에 기여한 바는 거의 없었다. 7월에 합류한 트래비스 밴와트가 9승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해줘 그나마 시즌 막판까지 4강 싸움을 할 수 있었다. SK는 외국인 선수 '농사'가 창단 이래 최악이었다.
켈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진 적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프링캠프 스타트는 괜찮은 편이다. 켈리는 3일(이하 한국시각) 팀 합류 이후 첫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켈리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 마련된 전훈 캠프에서 실전에 가까운 힘을 실어 총 19개의 공을 던졌다. 김용희 감독과 김상진 투수코치가 지켜봤다.
직구 8개, 투심 4개, 체인지업 7개를 각각 던졌다. 김상진 코치는 "첫 불펜피칭이고 투구수도 많지 않아 정확히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일단 몸을 잘 만들어 온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제구력은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 모든 투구가 포수의 무릎 근처에서 형성됐다. 투심과 체인지업도 양호했다. 전체적으로 현재까진 흡족하다"고 평가했다.
켈리는 지난달 16일 SK의 전훈캠프가 시작된 첫 날 일찌감치 팀에 합류해 분위기 적응에 나서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끌었다. 보통 외국인 선수들은 1월말 또는 2월초부터 캠프에 나타나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켈리는 국내 선수들과 함께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첫 인상이 상당히 괜찮았다는 것이 김용희 감독의 평가였다. 당시 김 감독은 "첫 인상이 굉장히 좋았다. 올해 팀에 상당히 도움이 되겠다 싶다. 움직임이나 훈련하는 내용과 태도가 착실하다. 케미스트리(팀화합)에 잘 맞는 선수들인 것 같고, 기존 선수단 안으로 들어오려는 자세가 보인다"고 소개했다.
켈리는 이날 첫 불펜 피칭을 하기 이전에도 모든 움직임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했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다. 켈리는 첫 불펜 피칭을 마치고 난 뒤 "오늘은 예상대로 잘 진행됐다. 직구, 투심, 체인지업 모두 괜찮았다. 투구수를 더 늘리고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 2차 캠프(일본 오키나와)를 잘 준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켈리는 지난해 탬파베이 레이스 산하 트리플A에서 28경기에 등판해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한국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실력을 끌어올려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SK는 켈리에 대해 직구 구속은 최고 150㎞에 이르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싱커 등 다양한 변화구를 지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 연습 투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만큼 향후 행보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