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빈말이 아니었다. "(말 안들으면)보내버리겠다"던 말은 일종의 복선이었다.
|
특히 이날 밤 팀 숙소 로비에서 김 감독을 보자마자 허리를 90도로 굽혀 '폴더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는 모건의 각오마저 엿볼 수 있었다. 그 사진 프레임 안에 '악동'은 없었다. 낯선 환경에서 진지하게 적응하려는 35세의 진지한 외국인 선수만 있었다.
이후 진행된 팀 훈련. 초반에 김 감독은 모건에 대해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렸었다. 팀 합류 후 이틀이 지난 뒤 김 감독은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눈빛이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다르다. 준비를 잘 해온 것 같다. 올해 상당히 기대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매우 이례적인 호평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훈련에 임하는 모건의 기본 태도가 김 감독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모건 역시도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하면서 예의와 존중을 배웠다. 한화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며 굳은 결의를 내보였다.
|
결국 김 감독은 모건에게 한국행을 통보하게 됐다. 훈련량이 부담스러운 고치 캠프에서 계속 사기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이정훈 2군 감독이 지휘하는 서산 2군 훈련장에서 좀 더 편안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라는 것. 김 감독만의 배려라고 할 수 있다. 한화 관계자는 "야수조의 훈련량이 특히 많아서 모건이 다소 힘들어했다. 때문에 국내에서 천천히 몸을 만들고 기술 훈련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또 김 감독님이 이정훈 2군 감독을 신뢰하기 때문에 모건을 맡겼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배려의 차원만으로 보면 안된다. 초반에 외국인 선수의 기를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한 의미도 없지 않다. 첫 만남에서는 상당히 적극적이고, 예의바른 모습을 보였던 모건이 조금씩 풀어지려는 듯 하자, 고삐를 당긴 셈이다. 김 감독은 이미 일찍부터 모건이 돌발행동을 했을 때의 대응 방침을 확실히 세워둔 바 있다.
지난 1월15일 인천공항에서 스프링캠프 출발 전 가진 인터뷰 때 김 감독에게 물었다. "만약 모건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김 감독은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보내버리면 되지." 그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가볍게 서산 캠프로 보낸 것이지만, 다음 번에는 '고향'으로 보내질 수도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