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9)에게 2015년은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바로 해외진출이라는 새로운 목표 앞에 섰기 때문이다. 앞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처럼, 그 역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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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좀처럼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군에서 홈런을 펑펑 때려내다가도 1군에 올라오면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였다. 1군에 올라오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기를 펴지 못했다. 많은 코치들이 박병호의 타격폼에 손을 대 수년째 자기 것을 찾지 못하는 신세였다.
2011년 7월 31일 트레이드로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넥센은 가능성만 있었던 거포 유망주에게 곧장 붙박이 4번타자를 맡겼다. 오히려 거포답게, 4번타자답게 스윙하라고 주문했고, 박병호는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비록 성과는 내지 못했지만, LG에서 7년 가까이 보낸 인고의 시간이 그의 성공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와 함께 성장해왔다. 천덕꾸러기 구단에서 당당히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팀으로 변모한 넥센 히어로즈처럼, 박병호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적 이듬해인 2012년 31홈런, 2013년에 37홈런을 때려내더니, 지난 시즌엔 52홈런을 기록하며 11년만에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연봉도 수직상승했다. 2011시즌 4200만원을 받던 박병호는 2012년 6200만원을 시작으로 2013년 2억2000만원, 지난해 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7억원을 받으며 FA 계약을 했던 팀내 최고 연봉자 이택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12년 6200만원과 비교하면, 3년만에 1029% 인상. 10배가 넘게 뛰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FA 자격을 1년 앞당길 수 있게 되면서 박병호의 해외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올 시즌을 마치면, 구단 동의하에 해외진출이 가능하다. 넥센도 앞서 진행한 '강정호 프로젝트'처럼 박병호의 해외진출을 최대한 돕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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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해외진출을 위해 준비할 것은 많다. 만약 일본이 아니라, 미국 메이저리그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거포로 성장했지만, 메이저리그엔 그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은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박병호는 지난해부터 틈나면 3루에서 펑고를 받았다. 본격적으로 3루 전향을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 올 시즌엔 팀의 3루수 옵션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 개인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강정호가 멀티플레이어라는 장점을 이용했던 것처럼, 박병호 역시 하나의 포지션이라도 더 소화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스프링캠프 출국 전 박병호는 자신이 부족한 점을 몇 가지 언급했다. 지난해 삼진이 많아지고, 헛스윙 비율이 높아진 게 가장 컸다. 그는 "헛스윙 비율이 높아졌는데, 좀만 더 했다면 정확성이 나왔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파워에 비해 부족했던 정확성 보완이다. 대부분의 거포들이 안고 있는 고민인데 박병호는 보다 구체적이었다.
박병호는 "헛스윙 비율을 줄이려면, 투수에 따라 스윙 궤적을 조금 짧게 가져가야 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 대한 대응 문제였다.
그는 "타격시 뒤에 중심이 많이 남아있어서 빠른 볼 투수들을 상대할 때 상체가 뒤집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투수들한테는 갖고 있는 힘보다 밀린다는 생각이 있어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가 메이저리그에 간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100마일(약 161㎞)짜리 공을 쉽게 볼 수 있는 빅리그에서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는 기본이다.
이처럼 박병호는 자신이 부족한 점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다. 3루 수비훈련이나 빠른 공 대처는 그 출발점에 있다. 해외진출의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다. 올 시즌 그의 활약에 주목하자.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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