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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양해영 KBO 총장 "야구장 문제 서울시가 바뀌어야 한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5-01-21 07:01


LG와 NC의 2014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무사 만루 LG 오지환이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10.25/

10구단 체제를 맞은 한국 프로야구가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2년 간의 홀수구단 체제를 접고 팀당 144경기 시대를 맞았다. 메이저리그식 신 구장이 속속 등장하고, 김성근 감독 복귀 등 흥행 호재가 많아 역대 최다 관중 기록 수립이 유력하다. 또 경기수 증가에 따라 각종 기록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프로야구가 키워낸 류현진(LA 다저스)이 맹활약하고, 강정호가 야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어느 때보다 위상이 높아진 한국 프로야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00만 관중'과 '구단 독자경영 토대 마련', '아시아 야구 리더'를 장기 비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에는 묵은 숙제, 짙은 그늘이 있다. 프로야구 시장이 팽창해 사업화 초기에 들어섰는데, 자립경영으로 향하는 길목에 야구장 문제가 산처럼 버티고 있다. 야구인들은 잠실야구장과 고척돔 소유주인 서울시의 묵묵부답 불통 자세를 성토한다.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장은 "프로야구 경기는 5억원짜리 공연이다. 적자를 보면서 지방자치단체가 해줄 수 없는 공연을 시민을 위해 펼치는데, (서울시는 구단이)특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 연고 팀들이 불만이 많다. 다른 지자체와 달리 서울시의 비협조적인 자세가 문제인 것 같다.

대다수 지자체가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부지를 제공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여러가지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프로야구단도 지자체가 할 수 없는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최근 창단한 팀을 보라. 통합 창원시는 NC 다이노스 구단에 새구장을 약속했고, 수원시와 경기도도 kt 위즈의 홈구장 리모델링에 3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대전시 등 다른 지자체는 구단을 적극적으로 돕는데 서울시만 요지부동이다. 오로지 수익사업측면에서만 다루려고 한다. 구단이 광고권조차 갖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야구단의 경우 연고지역에서 야구를 하는 게 투자다. 경기장 주변 지역 경제를 일으키고, 시민들에게 자긍심과 일체감을 심어 준다. 고척돔 문제도 그렇다. 넥센 히어로즈를 위해 만든 구장도 아닌데, 까다롭게 접근하려고 한다.(지난해 부산시는 사직구장 전광판, 음향시설 교체에 50억여원을 썼다)

-서울시는 투자도 안 했으면서 지나치게 많은 요구를 한다는 입장이다.


11월 30일 두산 베어스가 30일 잠실구장에서 팬과 선수들이 함께 만나는 '2014 곰들의 모임' 환담회를 실시했다.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30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시가 잠실야구장에서 가져간 돈이 광고권 판매금 103억5000만원, 경기장 사용료 25억5000만원, 총 129억원이다. 주차비까지 따로 챙긴다. 경기장을 공짜로 쓰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에서 사용료를 내겠으니 자율권을 달라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구단이 마케팅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제약이 너무 많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정도 수익이 발생할 수 있겠나. 두 팀은 수십년 간 적자를 감수하고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해 구단을 운영했다. 야구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해 줘야 한다. 더구나 잠실야구장은 개장한 지 30년이 넘은 낡은 경기장이다. 프로야구팀이 아니라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지어진 구장이다. 매년 개보수를 한다고 하지만 부족한 게 많고 한계가 있다. 1982년 개장 당시 126억원이 들어갔는데,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시즌 동안 LG와 두산 두 팀이 경기장 사용료로 낸 돈이 475억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투자비용을 이미 뽑았다고 본다.

-야구단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한다고 생각하나.


프로야구 경기는 5억원짜리 공연이다. 매년 구단이 쓰는 돈이 350억원 정도이니 경기당 5억원 꼴이다. 지자체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을 프로팀이 책임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면서 여가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통합 기능까지 한다.

-구단의 선투자를 강조하는 이들이 있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뉴양키스타디움에 15억달러(약 1조6345억원)를 투자했다.

양키스 구단이 15억달러를 투자한 건 맞지만, 뉴욕시와 뉴욕주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뉴욕시와 뉴욕주는 신구장 건립을 위해 면세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하도록 했고, 구단이 분할 상환하고 있다. 분할 상환 비용도 구단 운영비에 포함돼 사치세 등 부가적인 비용 축소 혜택을 보고 있다. 또 뉴욕시가 경기장 주변 공원과 지하철역 조성 등 뉴양키스타디움에 관련해 투입한 사회간접자본이 5억2800만달러(약 5754억원)에 달한다. 2008년까지 사용한 구 양키스타디움도 뉴욕시 소유였는데, 30년 간 장기 임대계약을 해 연간 20만달러(약 2억1700원)의 임대료에, 구장에서 발생한 전체 수익 중 '구장 보수비' 명목으로 500만달러(약 54억4000만원)를 제한 금액의 5%를 냈다. 워싱턴 D.C.도 워싱턴 내셔널스가 몬트리올에서 연고지를 옮길 때 경기장 신축 비용 6억1100만달러(약 6658억원) 전액을 부담했고, 경기장 운영권을 줬다.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신구장에 수백억원을 투자했는데, 서울의 두 팀도 새 구장이 만들어진다면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24일 잠실구장에서 2014프로야구 준PO 3차전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마산 원정 1, 2차전을 승리하며 PO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놓고 있다. LG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uyngmin@sportschosun.com / 2014.10.24.
-서울시가 직접 광고권 판매에 나선 2012년부터 금액이 크게 뛰어올랐다. 구단이 이전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있다. 구단 능력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

프로야구 인기, 흥행, 위상이 높아진 건 최근 5~6년 전부터다. 굉장히 힘든 시기도 있었다. 오랫동안 구단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한 결과다. 그런데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서울시가 광고권을 가져간 것이다. 별다른 노력없이 열매만 따먹으려고 한다. 최근 몇 년 간 LG와 두산, KIA, 한화 등이 수백억원을 투입해 2군 구장을 신축했다.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투자다. 2006년 25개에 불과했던 리틀야구팀이 160여개로 늘었고, 최근 몇 년 간 중학교 팀이 87개에서 100개, 고교팀이 53개에서 63개로 증가했다. KBO는 구단들이 낸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입장 수입의 10%를 적립해 야구육성자금을 만들었다. 이 돈으로 창단을 지원하고 있다. 구단들은 고교 63개 팀에 2000만원씩 코치 지원금을 주고 있다. 지금 프로야구가 그냥 만들어 진 게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모기업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하면서 선수 몸값은 치솟고 있다. 이율배반 아닌가.

선수 몸값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수요공급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구단이 양질의 플레이, 성적을 내기 위한 경쟁, 노력의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프로야구 시장이 팽창하고 있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구단이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줘야하는데, 야구장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들이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공헌이나 홍보차원에서 적자를 감수할 수 있지 않나.

기업이 사회공헌을 위해 꼭 프로야구팀을 운영해야 하나. 구단 운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얼마든지 사회공헌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일부에서 모기업 홍보를 얘기하는데, 지금같은 글로벌 시대에 야구단 운영이 홍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유수의 기업들이 해외 스포츠팀, 대회를 후원하고 경기장에 광고를 한다. 대기업이 프로야구에서 손을 뗀다면, 프로야구가 어떻게 되겠나. 프로야구단이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이 문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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