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자이언츠에 사표를 내고 실업자가 된 공필성 코치(47)는 참담했다. 그는 20년 넘게 청춘을 바쳤던 롯데 구단을 떠나야 했다. 결과적으로 자진해서 떠났지만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 그는 구단 내홍에 휘말린 피해자였다. 하지만 외부의 시선은 따가웠다. 특히 인터넷 민심은 그를 자꾸 위축들게 만들었다. 오해가 더 큰 오해를 낳으면서 공필성 코치는 일부 프런트와 친한 코치로 낙인이 찍혔다. 공 코치가 사임한 후 선수단 대표로부터 사과 전화를 받고 오해를 풀었다. 그런데도 댓글에선 공 코치를 향한 '주홍글씨'는 겨울바람 차갑고 매몰차기만 했다.
공 코치는 롯데 구단을 떠난 이후 내심 다른 프로팀에서의 전화를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찾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프로무대에서 배운 걸 아마추어들에게 베풀어주기 위해 순회코치를 하려고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알아보고 다녔다. 그런 와중에서 윤성기 선린인터넷고 감독이 직접 부산으로 공 코치를 찾아왔다. 윤성기 감독은 공 코치 보다 후배 야구인이다. 둘은 전혀 인연이 없었다. 윤 감독은 공 코치가 학교 야구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삼고초려했다. 세 번 찾아가서 승락을 받았다.
공 코치는 "같이 일을 해보자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나를 필요로 해서 부산까지 찾아와준 성의가 대단했다. 감동받았다. 아마추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했다.
공 코치는 현재 학교에서 마련해준 코치 기숙사에서 먹고 잔다.
그에게 목표는 하나 뿐이라고 했다. 무조건 선린인터넷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윤 감독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프로에 대한 생각은 일단 접었다.
그는 "마음이 복잡했었다. 그런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니까 좀 살 것 같다. 현재 일을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다보면 또 다를 기회도 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웃었다.
공 코치에게 2014년은 지도자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로 남을 것이다. 그는 1990년 롯데 구단으로 프로 입문한 후 지난달 사임할 때까지 오직 25년 동안 롯데와 운명을 같이 했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