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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히어로' 강정호가 해적선 승선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강정호의 용도에 대한 피츠버그의 진정한 의도는 아직 알 수 없다. 더불어 강정호가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활약상을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도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그간의 성적을 기반으로 대략적인 예상 시나리오는 생각해볼 수도 있다.
베스트와 워스트 시나리오를 그려보려면 먼저 현재 피츠버그의 정확한 사정을 알 필요가 있다. 피츠버그의 고민은 내야진, 특히 유격수의 부진한 공격력에 있다. 2014년 피츠버그의 팀 타율은 2할5푼9리로 MLB 30개 구단 중 5위였다. 하지만 팀 득점은 682점으로 전체 10위에 그쳤다. 효율적인 팀배팅에 의한 득점이 타율에 비해 부족하다는 증거다.
피츠버그 구단이 스토브리그에서 내야수 영입에 나선 것도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탬파베이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백업 유격수 션 로드리게스를 영입한 것이나 포스팅으로 강정호를 노린 것이 모두 이런 배경 아래 설명된다. 그럼 피츠버그 입단을 전제로 했을 때 강정호의 2015시즌은 어떻게 전개될까.
Best : 머서? 꿇어!
강정호는 스프링캠프부터 큰 관심을 끌게된다. 한국에서 40개의 홈런을 때린 강정호의 파워와 정확도는 머서와 비교 조차 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부터 홈런포를 가동하며 피츠버그 코칭스태프와 구단 수뇌부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머서는 빈약한 타격으로 인해 점차 입지가 좁아진다.
강정호에게 가장 우려했던 면은 바로 수비였다. 그러나 머서와 비교해봤을 때 강정호의 수비력은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좌우 수비범위가 좁은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불필요한 실책은 하지 않았고, 송구도 정확했다.
5월까지 백업이나 대타로 경기 후반에 기용되던 강정호는 6월 이후 슬슬 장타본능을 과시하게 된다. 올해에도 강정호는 5월까지는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다 6월 이후 화력이 대폭발했다. 때마침 머서 역시 2014년 거의 풀타임 시즌을 처음 치른 여파로 2015년 중반 이후 잔부상과 체력 저하에 시달리게 된다. 강정호에게는 찬스다.
7월부터 완전한 주전 유격수 겸 7번타순을 꿰찬 강정호는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올려놓는 데 건실한 활약을 펼치게 된다. 타율 2할8푼6리에 19홈런 72타점. 20홈런 달성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첫 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수를 받을 만 하다. 특히 머서를 밀어낸 것은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망의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과 꿈에 그리던 맞대결이 성사된다.
Worst : 두터운 내야의 벽
초반 조짐부터 좋지 않았다. 포스팅에서 500만달러를 받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본계약에서 점점 유리한 조건이 배제됐다. 3년 총액 800만달러.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보통 백업 요원으로 밖에 여기지 않는다는 뜻. 메이저리그는 몸값이 곧 선수의 지위를 뜻한다.
험난한 스프링캠프가 시작됐다. 시범경기에서는 여지없이 수비 문제가 노출됐다. 의욕이 앞서 잘못된 송구를 몇 차례 한 이후에는 2루수와 대타 요원으로 점차 밀려났다. 메이저리그 입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결국 강정호는 2015시즌 개막을 마이너리그에서 맞이하게 된다. 빅리그 재진입을 위한 기초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워낙에 주전 유격수 머서와 백업 로드리게스가 탄탄해 언제 콜업이 될 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8월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문 강정호는 9월 엔트리 확대와 더불어 드디어 메이저리그에 첫 발을 내딛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출전기회가 보장된 건 아니었다. 한동안 벤치를 지키다 경기 막판에 가끔씩 대수비 혹은 대타로 나서며 감을 익히게 된다. 피츠버그가 특별히 강정호를 홀대하는 건 아니다. 팀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을 뿐이다. 그래도 한국 최고의 유격수였던 강정호로서는 꽤 험난한 고통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