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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간과의 전쟁 KBO, 쏟아진 아이디어 응원가도 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12-11 11:36


24일 잠실구장에서 2014프로야구 준PO 3차전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LG가 마산 원정 1, 2차전을 승리하며 PO 진출에 1승 만을 남겨놓고 있다. 5회말 무사 1,3루서 3루주자 오지환이 이병규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에 뛰어들어 아웃되자 LG 측에서는 합의판정을 요청했다.
잠실=김경민 기자 kuyngmin@sportschosun.com / 2014.10.24.

KBO는 스토브리그 때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서 스피드업 규정을 회의를 통해 손을 본다. 야구는 딱 시간을 정해놓고 경기를 하지 않는다. 마냥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 그 경기를 보는 관중이나 시청자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또 너무 길다는 인상은 빠른 스피드에 익숙한 나이 젊은 팬들을 경기장 또는 TV 앞으로 끌어모으기가 어렵다. 또 중계를 해야하는 방송사도 긴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2014시즌 국내프로야구의 페넌트레이스 한 경기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27분이었다. 지난 2013시즌에 비해 7분이 늘었다. 시즌 중반 첫 도입된 심판 합의 판정(일명 비디오 판독)이 경기 시간 연장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좀더 정확한 판정을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하지만 KBO는 늘어난 경기 시간을 그냥 방치할 수 없다.

KBO는 지난 3일 김인식 규칙위원장을 중심으로 스피드업 관련 1차 모임을 가졌다. 당시 참석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참석자들 다수가 3시간30분에 근접하는 경기 시간은 너무 길기 때문에 3시간 10분대로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KBO는 밝혔다.

참석자들은 우선 메이저리그가 내년 도입을 위해 가을리그에서 검토했던 단축 방안을 참고했다.

그 과정에서 고의 4구로 주자를 내보낼 경우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는 안이 나왔다. 포수가 특정 사인을 내면 심판이 1루로 걸어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안을 두고는 야구의 정통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 그래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선 20초 안에 투구해야 하는 규정도 테스트를 했다. 20초를 어길 경우 카운트를 볼로 인정하는 것인데 KBO 회의 참석자들은 당장 내년 국내야구 도입엔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KBO가 주목한 부분은 투수보다는 타자 쪽이다. 타자들의 습관적인 '루틴' 동작이 생각 보다 너무 길다는 것이다. 공 하나를 보고 타석을 벗어나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타자들이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예외적인 경우(파울볼, 폭투, 위협구 등)를 제외하면 타격이 끝날 때까지 최소 한쪽 발은 타석 안에 있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선수들 개별 응원가가 너무 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선수들은 응원가를 다 듣고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타자와 타자 사이 시간을 줄이자는 것이다. 또 볼넷으로 출루하는 경우 보호 장구를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풀지 말고 1루까지 달려간 후 해체하는 게 시간 단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KBO는 23일쯤 한 차례 더 관련 회의를 갖고 기본 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후 그 안을 갖고 구단 단장, 감독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현장에 적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따져보기로 했다. 또 선수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1차 회의 때 나온 아이디어들은 선수들의 루틴 동작을 제약하는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그동안 해왔던 동작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귀찮을 수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나 국내야구 모두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건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다. 새로운 룰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시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말한다. 또 규정을 신설할 경우 엄격하게 적용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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