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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에서 윤성환은 넥센에게 저승사자나 다름없었다.
에이스의 조건 중 하나는 팀 승리와 함께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워 타격 리듬을 흔드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윤성환은 2차전 무결점의 에이스였다.
6차전도 다를 게 없었다. 절묘하게 좌우를 넘나드는 140㎞ 안팎의 패스트볼. 볼끝은 살아있었다. 여기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낙차 큰 커브와 포크볼의 컨트롤까지 완벽했다.
1회 서건창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윤성환은 이택근을 삼진, 유한준을 2루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2회도 마찬가지였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결정구 포크볼은 인상적이었다. 엄청난 낙차를 보이며 박병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강정호를 우익수 플라이, 김민성을 3루수 앞 땅볼로 가볍게 처리. 2회 대거 타선이 대거 4득점을 만들자 윤성환은 3회에도 로티노, 박헌도, 박동원을 삼자범퇴시켰다. 3회까지 단 한 타자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
4회 첫번째 위기를 맞았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택근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 윤성환에게는 불운한 장면이었다. 서건창이 2루로 대시하는 순간, 유격수 김상수가 2루 베이스쪽으로 움직였는데, 이택근의 타구가 움직이는 김상수에게 향했다. 역동작에 걸린 김상수는 결국 적시타를 허용. 정상적인 수비 위치였다면 병살타가 가능한 타구였다.
하지만 윤성환은 굳건했다. 유한준을 1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박병호를 다시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강정호마저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윤성환은 엄지손톱이 깨졌지만, 굴하지 않고 역투에 역투를 거듭했다.
윤성환이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찾자 삼성 타선은 폭발했다. 5회 2사 후 박헌도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막았다. 6회에도 이택근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유한준을 3루수 앞 땅볼로 유도, 병살타로 처리했다. 7회초가 끝나자 삼성은 10-1로 스코어 차를 벌렸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윤성환이 더 이상 마운드에 설 필요가 없었다.
89개의 투구수. 한국시리즈 평균 자책점 1.29. 사자군단의 확실한 에이스였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