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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호쾌한 타격을 보고 싶다.
10일 잠실에서 열린 5차전에서도 이승엽은 8회 몸에 맞는 볼로 한 번 출루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조용했고, 박병호는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이승엽은 5경기에서 타율 1할1푼1리(18타수 2안타)에 1홈런과 3타점, 박병호는 타율 1할7푼6리(17타수 3안타)에 1홈런과 1홈런을 기록중이다. 삼진 갯수는 이승엽이 7개, 박병호는 4개다. 한 마디로 두 선수 모두 지금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모습은 이날 5차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승엽은 넥센 선발 소사를 상대로 1회 첫 타석에서 볼카운트 2S에서 4구째 156㎞짜리 직구가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체크 스윙을 하다 좌익수플라이로 물러났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공을 고르는 능력이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이어 3회에는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139㎞짜리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방망이를 헛돌렸고, 6회에도 소사의 141㎞짜리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동안 6번타자로 출전했던 이승엽은 이날 5번 타순으로 올라갔지만, 류중일 감독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성 선발 밴덴헐크의 정교한 제구력과 강속구에 고전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2구째 151㎞짜리 직구를 공략했지만 좌익수플라이로 아웃됐다. 4회에는 볼카운트 2B2S에서 149㎞ 직구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밴덴헐크가 3구까지 슬라이더로 승부하다 4~6구를 직구로 던졌지만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6회에는 140㎞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쳤으나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두 선수 모두 강속구 투수를 상대로 주눅든 모습이었다.
이승엽은 설명이 필요없는 국가대표 홈런타자다. 일본서 돌아온 2012년 이후 최다인 32개의 홈런을 때리며 30대 후반의 나이에 홈런타자의 명성을 되살렸다. 박병호는 올시즌 3년 연속 홈런-타점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구 홈런왕들이 한국시리즈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5차전까지 삼성이 3승2패로 앞선 상황에서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는 이제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삼성 류중일 감독은 "아무래도 박병호 강정호를 잘 막아야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했고,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승엽이라는 타자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두 감독의 간담을 서늘케하는 타격을 두 거포 모두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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