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3선발 체제는 오랜 시간 자취를 감췄던 '구시대의 유물'이었다.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기에 선뜻 3선발 체제를 쓰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마운드의 보직 구분이 명확해지고, 중간계투도 세분화되는 추세에 3선발 체제는 자연히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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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팀이 가진 전력의 불균형 탓에 3선발 체제를 택했다. 20승 투수 밴헤켄과 승률왕(8할3푼3리) 소사로 이뤄진 원투펀치 외에 토종 선발들이 약하다. 못 미더운 선발투수를 내보내기 보다는 최소한의 선발투수를 쓰고, 상대적으로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필승계투조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키기로 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의 성공, 이젠 한국시리즈에서도 3선발 체제를 쓸 지가 관건이다. 염경엽 감독은 일단 고민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우리 선발이 한정돼 있고, 올라가도 3인 로테이션이 돌아갈 수 있다. 밴헤켄도 소사처럼 3일 휴식 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머리를 짜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넥센이 준플레이오프 부터 올라갔다면, 3선발 체제를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했기에 3일 휴식 후 등판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시리즈까지 타이트한 등판 스케줄을 1회 혹은 2회 소화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사 외에 다른 투수들이 이를 견뎌낼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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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3선발 체제를 운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선발투수가 한 명 더 들어온다면, 숨통이 트일 수는 있다. 염 감독이 고심하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옆구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던 문성현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문성현을 선발로 활용한다면, 4선발 체제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염 감독은 플레이오프 땐 문성현이 엔트리에 있었더라도 선발이 긴 이닝을 막지 못했을 때 나오는 롱릴리프로 쓸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필승조 세 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카드였다.
문성현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온다 하더라도, 이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3선발 체제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이다. 아니면 언더핸드스로 김대우 등 또다른 카드도 있다. 염 감독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마운드 고민, 그 결론은 무엇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