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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려했는데…"
주루플레이 책임자로서의 아쉬움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 대한 팬들의 비난에 가슴이 아팠던 게 깊은 한숨의 원인이다. 순식간에 벌어진 납득하지 못할 주루플레이는 사실 최 코치로서도 막기 힘든 사고였다. 최 코치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상황은 최 코치의 통제를 벗어나버렸다. 대체 당시 그라운드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최 코치의 눈으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박용택의 적시타로 1-1 동점을 만든 3회초 LG 공격. 계속된 무사 만루의 황금 찬스에서 타석에 나온 4번 타자 이병규(7)가 넥센 선발 소사와 7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좌중간 외야를 완전히 가르는 적시타를 때렸다. 타구와 조금 더 가까운 쪽에 있던 넥센 중견수 이택근이 팔을 뻗었지만, 절대 잡을 수 없는 타구다.
3루 주자 정성훈은 아주 여유롭게 홈으로 들어왔다. 여기까지는 OK. 문제는 2루 주자였던 김용의로부터 비롯됐다. 2루에서 스킵 동작을 취하다 돌아서서 타구 방향까지 본 건 좋았다. 그 자리에서 타구가 떨어지는 것까지 보고 홈으로 뛰었어도 충분했다. 그런데 김용의는 갑자기 다시 2루로 돌아가려고 했다. 이택근이 타구를 직접 잡는다고 생각했을까. 큰 판단 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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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최 코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긴박하고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김)용의가 2루로 갔다가 다시 3루로 뛰어오는 순간, 홈 승부는 이미 늦었다. 넥센의 펜스플레이와 중계가 워낙에 잘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용의를 3루에 세울 수도 없었다. 박용택이 이미 2루에 다 와있었고, 이병규도 1루를 지난 게 보였다."
여기서 최 코치는 '선택'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김용의가 아웃이 되더라도 홈으로 뛰게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되면 뒷 주자들은 살 수 있었다. 만약 김용의를 세우면 뒤 주자들이 교차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었다." 최 코치가 뒤늦게 3루로 뛴 김용의에게 홈까지 달리라고 팔을 돌린 첫 번째 이유다.
최 코치는 결국 좀 더 득점 확률이 높은 상황을 선택한 것. 그는 "만약 송구가 정확해 김용의가 홈에서 아웃되더라도 1사 2, 3루의 상황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러면 뒤 타석에 있는 이진영-스나이더 쪽으로 좋은 기회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또 홈송구가 조금만 벗어났다면 김용의까지 득점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홈까지 뛰라고 했는데,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타자주자 이병규도 선행주자를 보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분명 최 코치가 선수들을 탓하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갑자기 이뤄지다보니 작은 실수가 겹쳐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게 아쉬울 뿐이다. 최 코치는 "현장에서는 늘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부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주루플레이는 너무나 아쉬운 결과였지만 선수들도 나름 최선을 다했다. 2차전 때는 더 정교한 주루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