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운동선수들에겐 자신만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승부의 세계, 절체절명의 순간. 종목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준비할 때, 혹은 그 순간에 나오는 자신만의 익숙한 행동들이 존재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해왔던 행동의 패턴을 바꾸는 것, '새로움'은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준다. 하지만 '익숙함'은 이 부분을 최소화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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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들에게도 이런 행동들은 흔하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예가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의 타격 준비 과정이다. 타석에 들어선 뒤, 배팅장갑을 단단히 조이고 헬멧을 이마 끝에 맞추며 고쳐 쓴다. 스파이크에 흙이 많이 묻었다면, 제 자리 뛰기로 털어내는 동작도 추가된다. 양다리를 배터 박스 안에 위치시킨 뒤엔 오른손에 든 방망이로 홈플레이트에 자신만의 선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쉬고 있는 왼손으로 허벅지를 친 뒤에야 방망이를 양손에 쥐고 앞으로 내젓기 시작한다.
박한이의 경우에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앞서 자신만의 의식을 행한다고 볼 수 있다. 박한이가 유독 눈에 띄어서 그렇지, 다른 선수들도 모두들 각자의 준비과정이 있다.
경기 중에도 이런데, 아침에 일어나서 야구장에 출근하기까지 하는 행동들은 어떨까. 대부분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는 것을 선호하지, 새로운 것을 하지는 않는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 자체가 안정감을 찾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선수 뿐만이 아니다. 이런 행동들은 감독에게도 있다. 매일 승부의 세계에 놓이는 프로야구 감독, 대한민국에 10개밖에 없는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의식을 하면서 '플레이볼'이 외쳐지는 시간을 준비한다. 선수도 선수지만, 감독 역시 3~4시간 동안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여러 가지 계산을 해야만 한다. 그들이 결정은 승부에 직결되곤 한다. 경기가 끝나면, 극도의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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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불교 신자다. 예전에는 절을 많이 찾았지만, 매일 경기를 펼치는 프로야구 감독이 자주 발걸음하기는 쉽지 않은 일. 대신 아침에 일어나면, 향을 하나 피운다. 그만의 '의식'의 출발점이다.
김 감독은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날씨를 확인하는데, 눈을 뜨는 동시에 하는 의식이 있다. 향을 하나 피워서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향을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집에서는 물론, 원정 숙소에서도 항상 향을 피운다고. 향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면서 하루를 준비하는 것이다.
김 감독은 "감독이 매일 밤 편하게 잘 수 있겠나. 나부터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향을 피우는 행동은 1,2년이 아니라 오래 됐다"며 웃었다. 이어 "운동선수들은 자신만의 그런 행동들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모두 잘 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부의 세계가 주는 극도의 스트레스,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는 감독에게 잠시나마 안식처가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어제는 잊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기점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오늘도 향을 피우며 새로운 하루를 준비한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