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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감독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김태형 신임감독은 1990년 두산에 입단해 22년 동안 선수와 코치로 활약한 베어스의 '적자(嫡子)'다. 지난 2011년말 SK로 둥지를 옮긴 뒤 3년만에 친정에 복귀한 셈이다. 4~5년 전부터 감독 후보군에 포함될 정도로 두산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두텁다. 포수 출신인데다 오랫동안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선수들을 아우르고 하나로 모으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두 신임 감독 모두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부드러운 소통이 기대되는 사령탑들이다. 프런트와의 유기적인 의사소통 및 선수들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SK는 지난 3년 동안 프런트와 감독, 선수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썩 원활한 팀은 아니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을 놓고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다른 입장을 가진 적도 있었다.
두산은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약점을 안고 있었다. 송일수 전 감독은 한국어가 유창하지 못한 까닭으로 통역을 대동하고 선수단을 이끌 수 밖에 없었다. 두산 프런트는 풍부한 경험과 승부사 기질을 믿고 그를 1군 사령탑에 앉혔지만, 지난 1년간 용병술과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김용희 감독은 선수 시절 큰 인기를 얻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이번에 SK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와는 큰 상관이 없다. 오히려 1994~1998년과 2000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지내고 오랫동안 방송 해설을 맡으면서 역량을 쌓아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명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시스템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발탁의 배경이 됐다.
올시즌 선두 삼성을 꾸준히 위협해 온 넥센 히어로즈는 염경엽 감독 체제가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넥센은 염 감독 첫 시즌인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고, 올시즌에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전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염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도 아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스타일도 아니다. 의사소통과 시스템 야구를 강조하는 지도자다. 감독이 공석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도 이같은 소통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를 새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런트와 선수단 사이에서 소통을 제1의 가치로 실천할 수 있는 사령탑을 원하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름값보다는 차분히 내실을 기하며 준비를 해 온 인물들이 각광받고 있다는 의미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두산과 SK 뿐만 아니라 KIA 타이거즈도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하면서 계약기간을 2년으로 했다는 점이다.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가 발생할 경우 계약기간의 부담을 덜고 사령탑 교체를 할 수 있도록 장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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