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구리에서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리던 한 선수의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그는 정식선수가 아닌, 신고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온 LG 트윈스에서 재기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모습이었죠. 바로 LG의 왼손 불펜투수 신재웅(32)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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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데뷔전에서 강렬한 인상, 하지만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 1승을 끝으로 프로와 작별해야 했으니까요. 2006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으나, 선발진 진입을 위해 의욕적으로 훈련하다 어깨를 다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그는 그렇게 1년을 날리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1년만인 2008년 말 자신의 이름은 방출선수 명단에 올라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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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었던 마산에서의 기억, 신재웅은 그런 고향에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습니다. 선발 류제국이 헤드샷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퇴장당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번째 투수 윤지웅에 이어 5회말 2사 1,3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점수차가 있었지만, 급하게 몸을 풀고 추가실점 위기에서 오른 마운드. 하지만 신재웅은 씩씩하게 자기 공을 뿌렸습니다. 이종욱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친 신재웅은 6회도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마쳤습니다.
마운드에서 당당함 또한 돋보였지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올시즌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로 부활한 자신의 가장 자신 있는 무기, 직구가 19개의 공 중 15개나 됐습니다. NC 중심타자인 테임즈와 나성범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공 역시 직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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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만난 신재웅은 "아무래도 가장 자신 있는 공이라 던졌다"고 당당히 말하더군요. 고향인 마산에서 던지는 데는 특별한 느낌이 없다고 했지만, "마산에서 포스트시즌도 하고 고향이 정말 좋아졌다"며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역시나 그를 둘러싼 취재진에게서 150㎞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2007년 부상 이후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잠시 뒤 신재웅과 2011년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재활을 하던 힘겨운 시간을 회상했습니다. "그땐 진짜 '괜찮다',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 돌아갈 것 같아요."
프로 선수들은 누구나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수 차례 겪는 과정이지요. 하지만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재활 단계에서 무너지는 이들이 많습니다. 과거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는 신재웅, 그의 가을야구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때 홀로 보낸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