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는 두산 베어스의 유희관이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5㎞ 정도다. 유희관은 이 공으로 지난해 10승에 이어 올해 11승을 거두며 '느림의 미학'을 전파하고 있다.
140㎞ 이상의 빠른 공에 익숙해져 있는 한국 타자들은 너무나 느린 공에 빠른 배트 스피드가 맞지 않았다. 투수가 투구 동작에 들어가 공이 오기까지 숫자를 셀 때 일반적인 투수의 공에 셋까지 센다면 이들의 공은 다섯, 여섯까지 세야 할 정도로 느렸다. 아무리 느리게 타이밍을 맞추려고 해도 타자들의 배트가 더 빨랐다.
게다가 대부분의 선수들이 큰 스윙으로 일관된 모습이었다. 찬스에서 희생플라이가 많이 나왔고 땅볼 타구보다는 뜬공이 많았다. 태국전과 대만전서 경기를 쉽게 끝내면서 홍콩전에 너무 방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대표팀의 김현수는 이렇게 느린 공은 처음이라고 했다. 느린 공에도 2안타를 치는 등 타이밍을 잘 맞춘 김현수는 "내가 잘 친게 아니라 공이 맞아준 것 같다"며 "초등학교 때도 본 적이 없는 공이다"라고 했다. 김현수는 한술 더 떠 "100㎞의 공이 직구로 올 수 있는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건지 모르겠다.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것 같다"며 홍콩 투수들의 느린공에 혀를 내둘렀다.
목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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