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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지그재그 잔디, 단순히 멋내기용일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9-26 09:34


◇잠실구장 외야 그라운드 흙을 직접 뽑아 잔디 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쿡 자문위원.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잔디가 자라는 흙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체크해줘야 합니다."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야구장 유지 보수 클리닉. 프로야구 컨텐츠 이상으로 중요한 게 최상의 인프라를 구축해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날 교육 책임자는 머레이 쿡 메이저리그(MLB) 공식 자문위원. 이날 행사에 참가한 프로야구 10개 구단 구장관리 담당자 등 50여명은 쿡 자문위원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해에 이어 강사로 나선 쿡 자문위원은 브릭맨 그룹 대표로 경기장 디자인과 구장 관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오전 9시에 잔디 유지와 보수에 관한 이론 강의가 시작됐고, 잠실구장 그라운드에서 실습이 이어졌다. 오전에는 마운드와 홈플레이트의 유지 보수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전문가의 세밀한 관리 방법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잔디 관리는 구장 관리 관계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면서도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4계절이 또렷한 기후 때문에 잔디 관리가 쉽지 않다'는 말에 쿡 자문위원은 "미국 미네소타의 경우 4월까지 눈이 온다. 그래도 잔디 관리가 잘 되고 문제 없이 야구를 한다. 기후에 맞는 잔디를 잘 선택해야 하고, 그에 맞게 관리를 하면 잔디 문제로 고생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쿡 자문위원은 잠실구장 외야의 잔디를 파헤쳐 흙을 관찰하더니 합격점을 줬다. 그는 "주기적으로 잔디가 자라는 흙의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한국 구단 중 흙 성분에 대한 조사를 외부에 맡기는 곳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 구단 관계자가 손을 들자 쿡 자문위원은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 일반 팬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적인 내용의 교육이었다. 하지만 일반 팬들도 관심을 가질만 한 내용도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장이나 국내 일부 구장에서 잔디를 다이아몬드 형태나 지그재그 형태로 관리한 것을 볼 수 있다. 일부 구역은 잔디를 더 많이 깎아 멀리서 보기에 더 밝게 하고, 다른 구역은 조금 길게 유지해 어둡게 만든다. 그런데 이 것이 보기 좋으라고 하는 작업이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잔디 길이를 지그재그로 유지하면 전체적인 잔디 성장에
◇잔디를 관리하는 기계가 지나간 후 잔디 상태를 살피고 있는 쿡 자문위원과 교육 참가자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좋다고 한다.

쿡 자문위원은 "KBO의 요청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찾게 됐다. 지난해에는 딱딱한 펜스와 좁은 워닝트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그런데 올해 와보니 잠실구장의 펜스가 좋아졌고, 워닝트랙도 훨씬 넓어졌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한국 구장들은 기본 시설은 잘 갖추고 있다. 다만, 세밀한 관리가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쿡 자문위원을 초청해 클리닉을 연 것이다.

행사를 준비한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광주에 신축구장이 오픈을 했고, 이제 대구와 창원에도 새 경기장이 들어선다. 한국야구가 하드웨어 측면에서 크게 발전을 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이런 구장 관리 등이 중요한 소프트웨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차근차근 바꾸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게 그라운드를 관리,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팬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아직까지 한계도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은 관리 인력이 50여명인데, 한국의 경우 4~5명 정도다. 차근차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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