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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5회 콜드게임 패, 왜 태국 야구는 박수받아야 하는가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23 10:52


21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한국과 태국의 경기가 열렸다. 1회말 2사 만루서 태국 수비수가 손아섭의 플라이를 놓치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9.21.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아시아 3강 한국, 일본, 대만의 수준을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때문에 콜드게임이 속출한다. 단 8개 팀만이 참가한데다, 전력 차까지 극심하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라는 종목 자체의 존립에 '회의론'이 따라붙는 이유다.

한국은 2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태국을 15대0, 5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철저한 전략의 산물이다.

예선 2차전 대만과의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입장. 그래야 B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 A조 2위가 유력시되는 중국과 만난다. 그리고 다시 결승전에서 총력전을 펼친다는 계산.

때문에 예선 첫번째 상대인 태국전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한국 입장에서는 최선의 시나리오.

사실 수준 차이가 많이 났다. 그런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은 "최선을 다해준 한국 야구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 보면 태국 야구팀은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만한 팀이었다.

그들의 야구 인구는 1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대표팀 역시 고등학생 4명을 포함, 대학생, 직장인으로 구성됐다.

프로리그는 없다. 도쿠나가 감독은 "태국에서 연습경기 파트너로 한국 교민과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야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는 조명시설도 없다.

태국 대표팀은 사흘 전 한국의 '무례함'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목동구장에서 유일하게 야간경기 적응을 할 수 있었던 기회. 그러나 목동구장 측은 조명탑이 켤 인원이 없다는 얘기로 불빛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는데, 태국팀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대회 시설 점검을 위한 것이었다.

한국과의 예선 첫 경기는 오후 6시30분에 시작됐다. 당연히 야간경기다. 투타, 공수에서 모두 힘든 상황일 수밖에 없다.

사실 타구 처리에 대한 스텝의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긴 했다. 그 상황에서 외야 뜬 공에 대한 적응력은 매우 낯설 수밖에 없다. 결국 에러가 속출했다. 1회 좌익수 앞 평범한 플라이를 놓쳐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국 선수들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아니,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태국 대표팀의 그런 움직임은 관중석에서 먼저 알아챘다. 중견수 다루, 3루수 클락의 호수비가 나오자 문학야구장에 모인 관중석에서는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단지, 턱없이 약한 팀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었다. 태국 입장에서 한국은 넘어설 수 없는 '난공불락'이었을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아웃카운트 세 개를 잡은 뒤 서로의 글러브를 맞대며 격려하는 모습은 뭉클했다. 마치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을 끝까지 이겨내는 처절한 도전자의 모습이었다.

경기는 비록 0대15, 5회 콜드게임으로 끝났다. 하지만 끝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한 태국 대표팀의 '아름다운 도전'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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