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송합니다."
그런 박경수가 눈물의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박경수는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2번-2루수로 선발출전해 2안타 2볼넷 1사구 1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테이블세터로서의 임무를 100% 완수했다. 박경수의 활약 속에 LG는 12대3 대승을 거두며 4위 달성의 꿈을 더욱 부풀렸다. 이날 경기 뿐 아니다. 최근 3경기 연속 안타 행진. 10일 KIA 타이거즈전은 3안타 5타점 3득점으로 대폭발했다.
반전의 계기는 별다른 것이 아니었다. 코칭스태프, 그리고 동료들의 믿음이었다. 양 감독은 지난달 29일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다른 선수가 안타 몇 개를 치는 것보다 박경수가 2루 수비 중심을 잡아주는게 더욱 중요하다"라고 말하며 박경수에게 힘을 실어줬다. 공교롭게도 그날 경기 안타를 때려내기 시작한 박경수는 계속해서 상승 페이스를 타고 있다.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고, 수비와 주루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박경수는 "야구가 멘탈 스포츠라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감독님, 그리고 코치님들께서 격려해주시고 믿어주신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더욱 집중을 하게 된다"라고 말하며 "팀 베테랑 선배님들도 항상 등을 두드려주며 힘을 주신다. 결국 마음이 편해지자 플레이가 조금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로에서 주전과 백업, 그리고 1군과 2군을 가르는 요소는 실력이 아니다. 프로에 온 선수들이라면 실력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주어진 기회를 어떤 선수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려내느냐, 못살려내느냐의 싸움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엄청난 노력을 했다. 박경수는 "김무관 타격코치님과 타격 매커니즘에 대해 연구를 정말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너무 좋은데 아시안게임 휴식기라 아쉽다"고 말하며 웃은 박경수는 "솔직히, 말 못할 정도로 힘든 순간들이 많았다. 공개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만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내 역할은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고 수비, 주루 등 기본 플레이를 잘하는 것이다. 휴식기 잘 준비해 남은 10경기 팀 4위를 위해 죽을 힘을 다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프로의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박경수를 향한 비난은 기대치 때문인지 조금 지나친 측면도 있었다. 야구를 잘하니 비난이 쏙 들어갔다. 이제 비난이 아닌 칭찬의 수위를 그만큼 높여준다면 박경수는 그라운드에서 더욱 화려한 날갯짓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