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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가 11일 해체를 발표했다. 고양은 지난 3년 간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해 야구 실업자가 된 선수들을 끌어모았고, 퓨처스리그(2군) 교류전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23명의 선수가 고양을 거쳐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모양새는 정말 훌륭하다.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선수들이 마지막 기회를 통해 새로운 야구인생을 찾았다. 허 민 구단주가 매년 30억~40억원을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이 '야구사관학교'가 갑작기 해체됐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하 송 고양 단장은 11일 "우리는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팀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창단 2년 전부터 요청을 해왔고, 그렇게 창단작업이 진행됐다. 1년간 교류전에 참가한 후 퓨처스리그에 정식 등록을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고양은 KBO가 이런 약속을 했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 단장은 "KBO가 해주겠다고 해 창단을 했고, 경기를 했는데 우리가 2군 리그에 정식으로 참가시켜달라고 애걸복걸하는 모양새가 됐다"며 "좋은 취지로, 기부 하자는 마음으로 야구단을 운영해 왔는데 돈을 쓰면서 논란을 만들고 욕먹는 꼴이 됐다. 그래도 야구단이 운영되려면 리그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KBO가 처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해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도 "대화를 하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우리 내부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프로 구단들도 우리를 좋게 봤다. 다만 모든 의사 결정을 KBO가 일방적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KBO "경기수 보장 말고 바라는 게 무엇인가"
그렇다면 KBO은 어떤 입장일까. 고양 원더스의 해체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히면서도 독립구단이 굳이 2군 리그에 편입하려고 하는 것에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내년시즌에도 90경기를 치르겠다고 공문으로 확인을 해줬는데 고양 원더스 쪽에선 계속 2군 편입을 요구했다"면서 "2군 편입이 말이 쉽지 그냥 넣어준다고 되는게 아니다"라고 했다. 양 총장은 "2군 리그 운영을 위한 규정이 있는데 현재 고양의 경우는 그 규정을 맞춰서는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2군 편입을 위해 규정을 원더스에 맞춰서 바꿀 수도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류대환 KBO 사무차장은 "창단 전에 공식 루트는 아니었지만 우회적으로 창단 지원 의사가 전달된 것은 맞다. 하지만 퓨처스리그 참가에 대한 공식적인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이에 대해 노력하고 검토하겠다는 뜻을 이메일로 보낸 적은 있다. 하지만 추후 논의 과정에서 정식 리그 참가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부분을 우리가 약속했다고 해석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했다.
2군 편입은 결국 KBO의 한 일원이 된다는 것인데 현재 프로야구단이 정식 창단을 하려면 가입금, 야구발전기금 등을 내야 한다. 1, 2군 팀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 9구단 NC 다이노스, 10구단 kt 위즈는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통과했고, 경쟁을 거쳤다.
하지만 독립구단으로 출발한 고양이 프로팀으로 거듭날 경우, 리그 운영 질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야구에 관심이 있고, 재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프로팀을 만들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2군만 운영하는 팀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것엔 당연히 기존 구단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