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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멀티 포지션’ 결국 독이 됐나?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4-09-11 09:11


LG 김용의

LG의 4위 수성이 불안합니다. 9월 6일 대전 한화전부터 3연패한 LG는 5위 SK에 0.5경기차로 바싹 추격당했습니다. 10일 LG가 광주 KIA전에서 12:6으로 대승하는 사이 SK가 사직 롯데전에서 11:5로 패해 1.5경기차로 벌어졌지만 한숨을 돌린 것에 불과합니다.

LG의 부진 원인은 버팀목이었던 불펜의 붕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최근 3연패 모두 불펜이 무너지며 역전패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비 불안이 불펜을 비롯한 마운드 붕괴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사실입니다.

9일 광주 KIA전에서 LG는 3회초 터진 이병규(7번)의 만루 홈런에 힘입어 4:1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3회말 1사 1, 2루에서 김원섭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2루수 김용의가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이 나왔습니다. 병살 연결을 통해 실점 없이 이닝이 종료되어야 했지만 실책으로 인해 1사 만루가 되었습니다. LG 선발 우규민은 2개의 적시타를 허용해 4:4 동점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LG는 10:7로 재역전패 했습니다.

김용의의 수비는 이튿날인 10일에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5회초 2사 후 정성훈의 대타로 출전한 김용의는 1루수로 남은 경기를 소화했습니다. 8회말 1사 1루에서 박기남의 땅볼 타구를 포구한 유격수 오지환이 1루에 송구했지만 김용의는 포구하지 못했습니다. 원 바운드 송구였기에 오지환의 실책으로 기록되었으나 충분히 포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김용의에게도 책임이 있었습니다. 2사 2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실책으로 인해 1사 1, 3루가 되면서 LG는 불필요한 실점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이틀 드러난 김용의의 아쉬운 수비는 LG의 멀티 포지션의 한계를 입증합니다. 김용의는 1루수, 2루수, 3루수로 전부 나설 수는 있지만 어느 포지션도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LG의 주전 3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손주인도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의 주 포지션은 2루수이기 때문입니다. 10일 광주 KIA전에서는 5회말 2사 후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뒤로 물러나 처리하려다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습니다. 내야 안타로 기록되었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는 수비였습니다. 전문 3루수가 아닌 손주인은 핫코너 3루의 단골손님인 강습 타구 처리에 약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손주인과 김용의 외에도 LG에는 내외야를 통틀어 멀티 포지션을 맡고 있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황목치승은 1루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담당합니다. 채은성은 1루수와 우익수를 맡습니다. 백창수와 문선재도 내야와 외야를 번갈아 오갑니다.

가장 이상적인 수비 포메이션은 주전과 백업의 조합입니다. 하지만 주전 2루수가 3루수로 보직을 옮기는 등 멀티 포지션을 맡고 있는 LG는 수비 불안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한 시즌 동안 꾸준히 3루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내야수 조쉬 벨이 7월에 방출된 탓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포지션도 확실히 소화하지 못하는 가운데 멀티 포지션은 언감생심입니다. LG의 시즌 전 구상이 근본적으로 어긋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시즌 도중인 5월에 LG의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장의 4위 싸움도 중요하지만 내년 시즌을 앞두고 멀티 포지션에 대한 LG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됩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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