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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주장 홍성흔의 당부, "우린 개인이 아니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9-02 18:50 | 최종수정 2014-09-03 06:43


"나 혼자가 아닌, 두산 베어스를 위해 함께 뛰자."

두산 홍성흔의 유니폼에는 'C'라는 이니셜이 선명히 박혀있다. 캡틴, 즉 주장임을 나타내는 마크다. 홍성흔은 2일 카스포인트가 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주장 완장이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 설문조사에서 1위에 올랐다. 팬들에게도 주장으로서 이미지가 각인돼 있는 선수다.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4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2회말 무사 1루서 두산 양의지의 적시타 때 1루주자 홍성흔이 홈으로 뛰어들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8.05.
홍성흔은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와의 원정경기에 앞서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우천취소가 결정된 뒤 실내훈련을 마치고 만난 그는 "별 내용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가 던진 말은 4강 싸움이 한창인 팀에 뼈 있는 메시지였다.

홍성흔은 선수들을 모아 놓고 "지난 6월, 팀이 한참 좋지 않을 때도 못 느꼈던 걸 7,8월에 느끼고 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팀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없어진 것 같다"며 쓴소리를 했다.

무슨 이유에서 그런 얘길 꺼낸 것일까. 홍성흔은 "우리는 가족이고 한 팀이다. 그런데 그라운드 안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너무 개인적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물론 나 역시 지칠 때도 있고, 팀 성적이 떨어지면 함께 처지기도 한다. 하지만 남은 23경기는 4,5월처럼 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우리가 만약 4강을 못 가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맞다. 선수들을 모아놓고 개인이 아닌, 팀으로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마음가짐을 새로 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사실상의 '개인 사업자'다. 홍성흔 역시 이를 인정한다.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개인운동이 맞다. 개인기록이 중요하다. 하지만 라커룸이나 덕아웃에서는 아니다. 개인도 개인이지만, 팀이 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팀이 자꾸 패배하다 보니,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선수들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홍성흔은 선수들을 향해

"나 혼자가 아닌, 두산 베어스를 위해서 함께 뛰자"고 힘주어 말했다. 4강행 막차 티켓을 노리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결속력을 다진 것이다.


14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두산 홍성흔이 6회 1사 2루에서 투런 홈런을 날렸다.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홍성흔.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8.14

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홍성흔은 주장으로서 헌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너무 힘들다며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싶다고 했다. 홍성흔은 "올해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팬들께서 팀에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여러 주장들 모두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가 워낙 튀고 해서 그렇게 뽑아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주장과 고참으로서 남모를 고충이 커보였다. 홍성흔은 "솔직히 너무 힘들다. 만약 주장을 안해도 벤치에서 고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나 말고 다른 팀의 고참 선수들도 다 똑같을 것이다. 고참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고참들은 실력이 아니라, 나이를 먹어서 못한다는 얘길 듣는다. 고참으로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데 선수로서 경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이게 고참들의 애환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제 홍성흔은 대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랜 프로 생활을 통해 리더십은 물론, 각종 기록들도 얻었다. 현재 통산 1824경기에 나서 1933안타, 199홈런을 기록중이다. 200홈런 달성은 가시권에 들어왔고, 2000안타는 내년, 2000경기 출전은 내후년에 이룰 수 있다.

그는 "나이 먹고 기록을 세우는 건 안 다치고 계속 경기에 나간다는 말과 같다. 몸관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기록들을 머릿속에는 그리고 있지만,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다"라며 웃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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