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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스토리'의 이면에는 처참한 SK 와이번스 선발진의 현실이 숨어있다.
SK 이만수 감독은 8월 3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이날 선발로 내세운 신윤호에 관한 격려와 기대를 아낌없이 표현했다. "내일 신문이 윤호얘기로 도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사실 신윤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롭다. 무려 10년 만에 1군 경기에 선발로 다시 올랐기 때문이다.
39세의 신윤호는 냉정히 말해 1군 기량을 갖추지 못했다. 올해 2군에서 22경기에 나와 2승2패1홀드,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2군에서도 크게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왜 SK는 굳이 이런 신윤호를 1군에 불러올려 선발로 투입했을까.
여기에 '선발진 대붕괴'라는 SK의 처참한 현실이 담겨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와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SK는 정상적인 5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지 못한 지 오래됐다. 원래 SK는 외국인 투수 레이예스, 울프에 김광현 채병용 윤희상으로 5선발진을 운용했다. 그러나 현재는 채병용과 김광현, 밴와트만 남아있다.
붕괴의 시작은 윤희상의 부상에서 비롯됐다. 5월16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때 타구에 오른쪽 손등을 맞아 새끼손가락 중수골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이탈했다. 이어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레이예스가 지난 6월 23일에 웨이버 공시됐고, 울프 역시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채 최근 아들의 병간호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레예이스를 대체한 밴와트가 그나마 선발에서 호투하는 것이 위안거리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이 감독은 그간 많은 대체 선발을 시험했다. 고효준이 8번 선발 기회를 얻었고, 박민호가 4번, 여건욱과 김대유가 각 3회씩 선발로 나왔는데 모두 실패했다. 초반에 무너지는 일이 자주 벌어졌다.
SK의 선발 마운드가 얼마나 불안했는지는 올해 몇 명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신윤호를 포함해 무려 13명의 투수가 선발로 나왔다. 9개 구단 중 최다이다.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
결국 신윤호의 깜짝 선발 기용은 훌륭한 미담이긴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SK의 선발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알려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신윤호는 10년 만의 선발등판에서 2이닝 동안 32개의 공을 던져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1홈런) 2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10년 만의 1군 선발 복귀전은 너무나 일찍 끝났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