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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 관리,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선수를 융화시키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소통과 인내가 필요하다.
이 감독은 흥분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던 스캇에게 차근차근 뭔가를 설명하는 듯했으나, 스캇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덕아웃에 있던 취재진에게 대화 내용이 들릴 정도였다. 스캇은 "나는 9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했다"는 말을 했고, 심지어 '겁쟁이(coward)', '거짓말쟁이(liar)'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들렸다.
언쟁이 5분 정도 지났을까. 이를 지켜보던 구단 통역이 겨우 둘 사이를 갈라 놓았고, 이 감독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스캇을 뒤로 하고 덕아웃을 지나 감독실로 들어가 버렸다. 스캇은 그 자리에서도 이 감독의 뒤를 향해 몇마디를 더 쏘아붙였다.
경기 직전 스캇은 당시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에게는 내 몸을 관리하는 나만의 관리법이 있다. 그런데 구단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방식에 맞출 것을 요구했다"며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SK 구단은 이에 대해 "스캇이 자신의 기용 문제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며 감독에 대한 '항명'에 대해서는 "징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캇은 올시즌 SK가 야심차게 데려온 4번타자 감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개의 홈런을 친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SK는 그가 왼손 거포로 타선의 무게감을 한층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스캇은 올시즌 부상으로 벌써 3차례나 1군에서 제외됐다. 5월 3일에는 손바닥 부상, 5월 28일에는 옆구리 부상, 지난 5일에는 족저근막염으로 각각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날까지 SK가 치른 81경기 가운데 스캇은 33경기 밖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스캇은 지난달 30일 1군 복귀 후 몇 경기 기회도 주지 않고 2군으로 내려보낸 이 감독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
선수는 감독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고 표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 SK 동료 뿐만 아니라 상대팀 한화 선수들이 모두 보고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그것도 경기를 앞두고 감독에게 목소리를 높여가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다.
구단도 마찬가지다. 스캇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외국인 선수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앞서 울프는 결국은 받아들였지만, 마무리를 맡아달라는 이 감독의 요청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인천=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