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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좌완 선발 유먼(35)은 이번 2014시즌 벌써 9승을 기록했다. 다승 공동 3위다. 승수만 놓고 보면 칭찬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다른 수치들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평균자책점이 5.05(20위)이고, 피안타율이 3할7리(21위),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이 1.56(21위)이다. 15번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QS)는 6번(공동 20위)이다.
유먼은 국내야구에서 검증된 10승 투수인 건 맞다. 이번 시즌 15경기에 등판, 9승(4패)을 기록, 승률이 7할에 근접한다. 앞으로 최소 14차례 이상의 선발 등판 기회가 돌아간다고 봤을 때 두자릿수 승수를 넘어 13승 이상도 가능하다.
그런데 유먼의 최근 경기력은 에이스라는 칭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먼은 연패를 끊어줄 수 있는 든든한 마지막 보루 같았다. 하지만 올해 쌓은 9승엔 타선의 도움을 받은 부분이 크다. 유먼이 등판할 때마다 롯데 타자들이 대량 득점을 올려준 경기가 수두룩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수들이 3년째가 됐을 때가 가장 고비라고 본다. 그들의 장단점이 만천하에 드러난다. 또 선수들이 한국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동기부여가 잘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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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먼의 직구 평균 스피드가 140㎞ 초반에 머물러 있다. 또 주무기 체인지업이 상대 타자들에게 노출이 됐다. 알면서도 못 쳤던 공을 이제는 무게 중심을 뒤에 받쳐놓고 때리고 있다. 유먼의 체인지업과 우타자 몸쪽 슬라이더가 통하기 위해선 직구 구위가 지금 보다 더 세져야 가능하다. 타자들이 유먼의 공에 적응이 됐다는 건 탈삼진이 44개로 지난해 보다 크게 준 걸 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페이스라면 지금쯤 탈삼진이 70개 정도는 돼야 맞다.
2012시즌 유먼은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했다. 지난해 유먼은 노련미로 타자를 요리했다. 쓰러질 듯 하다가도 갈대 처럼 다시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의 유먼은 최근 두 경기 등판에서 11⅓이닝 동안 13실점(13자책)을 했다. 7월의 유먼은 지난 2년간 봤던 그 유먼이 아니다. 일시적 부진일까, 아니면 유먼도 다른 외국인 투수들 처럼 3년차로 밑천을 드러낸 것일까.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