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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LG 유망주 임지섭, 어디서 뭐하고 있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6-26 10:31



혜성같이 등장해 팀에 귀중한 시즌 첫 승을 선물한, 신인 유망주 투수가 사라졌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LG 트윈스 팬들은 지난해부터 한 신인 선수의 이름을 들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임지섭. LG는 지난해 귀중한 신인 1차지명권을 이 선수에게 사용했다. 제주고 졸업 예정이던 이 선수는 1m90, 94kg의 건장한 체구를 자랑했다. 최고구속 150km를 넘기는 파이어볼러였다. 그냥 파이어볼러였나. 지옥에서라도 가서 데려온다는 좌완 투수였다. 이미 고교대회에서는 불같은 강속구로 삼진 퍼레이드를 벌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선수였다.

미래 LG 마운드를 이끌 기대주라는 평가를 들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공을 지켜본 선배들은 "고졸 신인투수의 구위가 아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제구는 불안했지만, 강속구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인정받았다.

개막 후 프로야구 최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기태 전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 2연전 중 두 번째 경기 선발로 임지섭을 내정했다. 개막 2연전, 그것도 한지붕 라이벌 두산전 등판이라는 압박감을 이 신인투수가 이겨낼 수 있을까 했다. 그런데 임지섭의 호투로 LG는 승리를 따냈다. 개막전 김선우 카드로 실패를 맛봤던 LG를 기사회생시키는 투구였다.

하지만 곧 한계를 드러냈다. 이후 3경기에 등판해 2패 만을 기록하고 2군에 내려갔다. 1군 무대에서는 아무리 구위가 좋아도, 들쭉날쭉한 제구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또, 기대를 모았던 150km 강속구도 볼 수 없었다. 많은 야구인들은 "팔이 많이 내려왔다. 고교 때 본 역동적인 오버핸드 투구가 없어졌다"며 걱정의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금 더 기량을 갈고닦아야 했다. 그렇게 5월 2군에서 4경기에 등판했다. 구단은 임지섭이 차분하게 선발 수업을 받길 바랐다. 그런데 6월부터 임지섭이 자취를 감췄다. 2군 경기 기록도 아예 없다. 구단이 심혈을 기울여 키워야 할 1차지명 투수가 사라져버리고 만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쁜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임지섭은 구리 2군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단,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부터다. 투수 조련 전문가인 양 감독이 임지섭의 존재에 대해 모를리 없었다. 어떻게 보면, 감독 부임 후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봤을 가능성이 높다.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감독은 임지섭의 모습을 지켜본 후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양 감독은 임지섭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시합에 내보내지 말라고 지시한지 2주 됐다"고 밝혔다.

대수술에 들어갔다. 진짜 투수 만들기 프로젝트다. 2군에서 투수들을 가르치는 조규제 투수코치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조 코치는 "실전 등판이 중요한게 아니다"라며 "투수의 기본부터 다듬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 코치는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게 유연성이다. 또, 근력 강화도 필요하다. 임지섭에게는 이 부분이 가장 부족했다"고 했다. 투수의 기본인 밸런스가 맞지 않는 상황에서도 이런 강속구를 뿌리는데, 유연성을 키우고 밸런스를 잡으면 얼마나 더 무서운 공을 던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훈련이다.


임지섭은 현재 매일 오전, 오후, 야간으로 나눠 전담 트레이너와 함께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1대1 맞춤형 훈련이다. 근력 강화도 그냥 하는게 아니다. 대근육, 잔근육으로 나눠 투수에게 필요한 근력을 확실히 키우는 중이다. 조 코치는 "공은 빠르다. 하지만 투수로서 갖춰야할 기본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특별 훈련에 돌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작정 기본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임지섭이 지금의 훈련을 얼마나 잘 소화해내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훈련 기간과 강도가 조정된다. 그리고 실전 등판 기회도 잡게 된다.

과연 LG의 특별 프로젝트로 임지섭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LG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프로젝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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