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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남은 경기는 5할만, 후반기 45경기에서 다시 싸울 때가 온다."
하지만 2년차 우완 조상우의 이탈과 함께 상승세에 가려져있던 불안요소가 한꺼번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조상우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뒤, 넥센의 추락은 시작됐다. 조상우가 빠진 뒤, 2위로 내려앉은 넥센은 5연패 기간 4위까지 떨어졌다.
넥센 마운드에서 조상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선발이 약한 넥센은 긴 이닝을 막아줄 선발투수가 없었다. 젊고 힘 있는 조상우가 중간에서 버텨줘야만 했다. 그래야 한현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로 이어갈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전부터 한 시즌의 밑그림을 그려놓는 지도자다. 주전과 백업, 선발과 불펜을 미리 정해 놓는다. 변수가 생겼을 경우, 대체자도 준비해놓는다. 계획에 따라 움직여 위험요소를 최소화하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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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넥센은 지난 3~5일 NC에게 스윕을 당한 뒤,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두산과 삼성을 만나 2승1패, 1승1무(11일 삼성전 우천취소)로 숨을 돌린 뒤, 휴식기를 맞이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는 넥센의 전반기 마지막 휴식일이었다. 재정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는 26경기. 염 감독은 선수단에게 "전반기 마지막 남은 26경기에서 5할만 하자"고 주문했다. '버티기 전략'이었다.
다시 3위로 복귀해 욕심을 부릴 만한 상황이기도 했다. 대체 외국인선수 소사가 안정감을 찾고 있었고, 선발 예비자원이었던 금민철과 하영민이 선전하면서 전체적으로 마운드의 불안요소들이 제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함께 상위권을 달리는 두산과 삼성 상대로 거둔 호성적도 있었다.
하지만 염 감독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26경기에서 5할만 버티면, 올스타 브레이크 때 8일간 휴식기가 있다. 팀을 재정비할 시간이 또 있다"고 했다. 넥센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치르는 후반기 첫 3연전 때 휴식을 취한다. 8일간 휴식을 취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8일간의 휴식이 전부가 아니었다. 염 감독은 "그때 다시 한 번 시즌을 준비하면, 싸울 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넥센은 후반기에 맞춰 문성현과 오재영의 선발 복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조상우도 7월 중순을 기점으로 복귀시기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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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결국 2군으로 내려보낸 최상덕 코치에게 둘을 특별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심리치료를 병행해 완전히 새롭게 시즌을 시작하도록 했다. 염 감독은 "팀이 어려울 때 둘에게 45일이란 시간을 줬다. 개인 위해 구단이 참고 희생을 하고 있다. 쉬는 날 화성에서 보니, 정말 열심히 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지난해처럼 둘이 후반기에 제 역할을 해준다면, 넥센 마운드는 보다 탄탄해질 수 있다. 여기에 조상우마저 돌아오면 후반기 넥센은 다시 염 감독의 구상대로 복구될 것이다.
현재 일정대로면, 넥센은 후반기에 45경기를 치르게 된다. 염 감독은 "그 45경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플러스된 승리만 지켜도 충분하다고 본다. 더 떨어져도 안 된다. 그래서 부상 없이 5할만 하자고 한 것"이라며 "전반기 남은 경기는 무리하지 않겠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버텨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넥센은 염 감독이 '5할'을 외친 휴식기 이후 6경기에서 5승1패를 거뒀다. 하지만 그는 "지금 한 경기, 한 경기를 하면서 승차나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팀이 어떻게 하든, 우리 계산대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넥센과 염 감독의 버티기 전략,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넥센은 큰 일을 위해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