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돌아온 류현진의 체인지업, 해결책 찾았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4-06-23 09:26


ⓒAFPBBNews = News1

류현진의 전매특허, 체인지업이 돌아왔다. 두 가지 해법을 찾았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9승(3패)째를 올렸다. 샌디에이고 타선에 4안타 1볼넷을 허용하고, 삼진 2개를 잡았다. 평균자책점은 3.18에서 3.06으로 낮췄다.

매경기 류현진의 투구에는 특징이 있다. 최근 들어 이 특징이 다양화되면서 상대의 예측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주전포수 A.J.엘리스의 복귀로 볼배합에 있어선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7일 콜로라도 로키스전(6이닝 1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으로 엘리스의 편안한 리드 속에 호투를 이어갔다.

결정구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결론은 다시 체인지업

이날 돋보인 건 체인지업이었다. 사실 최근 들어 류현진은 체인지업 구사에 애를 먹었다. 메이저리그 2년차 시즌을 맞아, 상대의 집중분석에 흔들린 측면이 있었다.

빅리그 데뷔 때부터 이미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이었다. 직구와 똑같은 궤적으로 날아오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뚝 떨어지는 공에 상대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젠 이 공이 익숙해졌다. 지난해 처음 보는 공에 속았던 타자들도 이젠 류현진의 결정구가 무엇인지 다 안다.

결국 체인지업을 철저히 대비하고 들어온 타자들에게 당했다. 올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3할5푼7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피안타율이 1할6푼4리에 불과했던 무적의 공은 더이상 없었다. 상대의 현미경 분석에 위력이 떨어졌다.

류현진도 체인지업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최근 들어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중을 늘렸다. 지난 1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04개의 공 중 체인지업은 8.7%인 9개에 불과했다. 17일 경기서도 11.4%(105개 중 12개)에 그쳤다. 12일 경기서는 슬라이더와 커브가 많았고, 17일엔 직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서 세 가지 변화구를 거의 비슷한 비율로 구사했다.


또한 빠른 슬라이더, 즉 컷패스트볼을 던지기도 했다.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지도에 따라 새로 연마한 구종이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중간으로 볼 수 있는 이 구종은 80마일 중후반대로 새로운 무기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하지만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단점을 고치려 하다 보면, 장점을 잃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체인지업 없이는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앞선 2경기 피칭을 바탕으로 또다시 교훈을 얻었다.


2-0으로 앞선 4회말 1사 1,2루에서 토미 메디카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에서 아웃되고 있는 2루주자 크리스 데놀피아. 류현진은 볼카운트 1B2S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내야 땅볼을 유도했고, 유격수 헨리 라미레즈의 정확한 3루 송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AFPBBNews = News1
체인지업에 대한 두 가지 해답, 컨트롤과 볼카운트

5일 휴식으로 재정비를 하고 나선 류현진은 초반부터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류현진을 대비해 우타자 6명을 전진배치한 샌디에이고 타선을 손쉽게 농락했다. 체인지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날 류현진의 결정구는 체인지업이었다. 94개의 공 중 23개가 체인지업이었다. 비율은 24.5%. 지난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구사 비율은 22.4%였다. 절반이 조금 넘는 직구에 결정구는 체인지업, 그리고 나머지 공이 슬라이더, 커브였던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패턴으로 돌아왔다.

1회부터 적극적으로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1번타자 크리스 데놀피아에게 볼카운트 2B1S에서 81마일(약 130㎞)짜리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정석적인 볼배합이었다. 상대가 노릴 만한 볼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통해 배트를 이끌어냈다. 2번타자 에베스 카브레라는 바깥쪽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투수 앞 땅볼을 잡아냈다.

2회에는 아예 체인지업으로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상대 4~6번타자를 완벽히 제압했다. 토미 메디카와 르네 리베라는 체인지업에 배트를 제대로 맞히지 못해 모두 뜬공으로 물러났고, 카메론 메이빈은 풀카운트에서 파울팁 삼진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애를 먹던 제구도 잡힌 모습이었다. 우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 즉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높이로 들어오다 뚝 떨어지는, 최적의 궤적이 돌아왔다. 4회 1사 1,2루 위기에서도 체인지업으로 메디카와 리베라를 범타로 잡았다. 한 번 당했던 타자들도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날 류현진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체인지업이 좋지 않다고 던지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은 완벽한 코스로의 제구가 필요하다. 본인 스스로도 체인지업이 낮게 제구돼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상대가 공격을 할 타이밍, 배트가 나올 수 있는 볼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져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이날은 투스트라이크 이후, 상대의 배트가 나오는 순간 정확히 결정구가 들어갔다. 두 가지 해답을 얻은 류현진, 다음 등판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결국은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은 살아난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23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전에서 시즌 9승(3패)째를 따냈다. ⓒAFPBBNews = News1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