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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숙연하게 하겠습니다."
사고 이틀째인 17일 경기 전 만난 LG 김기태 감독은 "오늘은 꼭 필요한 얘기가 아니라면 취재진 미팅을 짧게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긴 연패에 빠져 그런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김 감독 스타일상 그런 의미의 말은 절대 아니었다. 승패에 관계 없이 항상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김 감독이다. 김 감독이 이런 요청을 한 것은 세월호 사고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 경기 후 뉴스를 보는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한 학생이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는 순간에는 눈물이 나왔다"며 "오늘만큼은 숙연하게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고교 2년생과 비슷한 또래의 아들을 둔 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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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실구장에는 선수들의 연습 시간에도 평소 흘러나오던 음악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앰프 사용과 치어리딩은 물론, 응원단장도 응원 단상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시구행사도 취소했다. 이날 경기 시구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조해리가 할 예정이었다.
장내 아나운서도 선수 소개를 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이크 방송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선수 이름도 최대한 차분한 톤으로 조용하게 소개했다. 또 전광판을 통해 경기 전 수차례 추모의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이들의 슬픔을 알았는지, 잠실구장에도 경기 시작 직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이 흘리는 눈물을 맞으며 양팀의 경기는 취소가 됐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