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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보고 진정 좀 하라고 전해줘."
하지만 피에는 고개를 절래절래. 그냥 계속 2루쪽으로 오더니 베이스 근처에서 통역을 불렀다. 그리고는 뭔가 말을 하며 마운드에 선 클레이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뒤를 돌아 터벅터벅 자신의 수비 위치로 돌아갔다.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장면이다.
알고보니 피에는 투수 클레이가 안타와 볼넷으로 동점 주자까지 내보내자 "진정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내야까지 달려온 것이었다. 통역에게는 "클레이한테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던지라고 전해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외야수가 경기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면서까지 내야로 들어와 투수에게 말을 거는 경우는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나온 적이 없다. 보통 마운드에 선 투수가 흔들리면 포수나 코치가 나와 안정을 시킨다. 가끔은 이런 과정에서 내야수비진이 전부 마운드 근처로 모이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는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감독이 정식으로 타임을 요청하고 선수들을 소집한 경우다. 이때도 외야수들이 내야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
결국 피에의 행동은 너무나 경기에 집중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이는 엄연히 규정을 어긴 것이다. 결국 최수원 주심은 한화 벤치에게 주의를 내렸다. 피에가 '경기 스피드업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다.
올시즌 대회요강의 '경기 스피드업 규정' 1조 8항에는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수가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타임을 요구할 때 심판위원은 불응해야 한다'로 돼 있다. 피에가 갑자기 내야로 뛰어오는 바람에 한화 통역까지 그라운드로 나오면서 경기가 일시적으로 중단됐기 때문에 최 주심은 불필요한 타임으로 스피드업을 저해했다고 판단해 한화 벤치에게 주의를 줬다.
결과적으로 피에의 행동은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벤치는 주의를 받았고, 이후 클레이도 김민우에게 희생번트로 1사 2, 3루를 허용한 뒤 이대형에게 1타점 내야땅볼, 이종환에게 또 중전 적시타를 맞아 6-6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