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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은 왜 2군 투수 김병현을 원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4-10 18:14


25일 목동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이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펼쳤다. 넥센 김병현이 선발로 등판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25

'핵잠수함'이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난 2년간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김병현이 고향팀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됐다. 넥센은 KIA로 부터 좌완 김영광을 받았다. 김병현의 합류로 KIA는 한층 강력한 불펜 전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김병현, 어떻게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나

KIA와 넥센이 트레이드를 발표한 것은 10일 오후. 마침 이날은 목동구장에서 넥센과 KIA의 주중 3연전 마지막 날이다. 올 해 정규리그에서 두 팀의 첫 3연전 맞대결이었다. 이 기간에 트레이드에 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오갔고, 일사천리로 성사된 것이다.

트레이드는 KIA가 먼저 제안했다. 불펜진 강화를 위해서다. 스프링캠프 기간에 곽정철과 박지훈 유동훈 등 필승조 후보들이 순차적으로 다치면서 불펜 전력이 약해졌다. 여기에 시범경기 기간에 또 좌완 필승조인 심동섭이 어깨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결국 KIA는 고육지책으로 선발 후보였던 서재응을 불펜으로 돌리고, 김태영과 박성호 김지훈 신창호 한승혁 등으로 불펜진을 구성했다. 하지만 김태영과 서재응은 긴 이닝 소화와 연투가 어렵고, 다른 투수들은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확실한 필승조가 없는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넥센 역시 KIA의 트레이드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점. 이는 현재 팀내에서 김병현의 활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발 로테이션도 꽉 차 있고, 불펜에도 한현희(22)라는 믿음직한 필승조가 있다. 베테랑 마정길(35)도 있다. 공교롭게도 한현희와 마정길은 김병현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다. 게다가 신인 파이어볼러 조상우도 불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결국 넥센은 김병현을 트레이드 자원으로 활용하고, KIA가 2차 4순위로 뽑은 대졸 좌완투수 김영광의 장래성을 선택한 것이다.

KIA에서 김병현의 역할은?

김병현은 KIA의 불펜에서 필승조 역할을 하게 된다. 선발진은 이미 충분하다. 비록 4~5선발인 임준섭과 박경태가 부진하지만, 그렇다고 김병현을 선발로 쓸 수는 없다. 김병현이 비록 2012년 넥센에 입단해 2년간 주로 선발로 나서 8승12패3홀드, 평균자책점 5.44를 기록했지만, 이제는 선발로서의 활용은 어렵다. 스프링캠프에서도 긴 이닝을 던질 준비를 하지 않았다. 넥센에서도 김병현의 보직은 불펜이었다.

하지만 구위가 좋지 못해 1군 개막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대신 퓨처스리그 2경기에 나와 2⅔이닝을 던져 1승에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안타 1개와 볼넷 1개로 2실점했다. 삼진은 3개를 잡았다. 그러나 5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구위가 좋아 코칭스태프가 원래 계획됐던 1이닝보다 ⅔이닝을 더 던지게 했다. 조금씩 기량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병현의 구속은 130㎞대로 알려져 있다. 변화구 등의 제구력도 들쭉날쭉한 상태다. 결국 KIA에서도 곧바로 1군에 합류하기 보다는 2군에서 잠시 적응기를 가진 뒤에 1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KIA에는 현재 김병현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가 없다. 원래 베테랑 유동훈(37)이 있었지만, 부상으로 재활치료 중이고 역시 사이드암 투수인 신인 김지훈은 경험이 부족해 필승조로 활용하거나 긴박한 상황에 투입하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선 감독도 이런 점을 감안해 김병현을 선택한 것이다.

더군다나 김병현이 광주 출신이라 새 팀에 좀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무등중-광주일고를 졸업한 김병현에게 KIA 멤버는 너무나 익숙하다. 대부분 중, 고등학교 선후배로 이어져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선수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게 되고, 이는 좋은 성적의 밑바탕이 된다.

올해 FA로 KIA에 합류한 이대형이 초반 성공을 거둔 요인을 고향팀에 쉽게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대형 역시 무등중-광주일고 출신이다. 학창 시절 절친이었던 신종길 등과 쉽게 어울리며 편한 분위기에서 야구에 대한 집중력을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병현도 쉽게 팀에 융화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를 놀라게 했던 전성기의 구위는 이제 김병현에게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고향팀에서 다시 투지를 되살린다면 필승조로 팀에 기여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펼쳐질 김병현의 잠수함 투구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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