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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제자와 감독으로서 대결을 펼친다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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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도 화기애애하게 이어졌다. 조 감독이 "3연전 중 한 번만 져주면 된다. 우리가 북부리그 꼴찌를 할 것 같으니 박 감독이 한 번씩 져줘야 한다", "우리 선수가 없다. 선수좀 달라"라고 엄살을 부리자 박 감독은 멋쩍은 웃음만 지었다. 조 감독이 "박 감독이 우리 팀 포수들좀 지도해주면 좋겠다"고 하자 박 감독은 "저희팀 선수들도 지금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겸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퓨처스리그가 생소할 조 감독에게 자신이 알고있는 정보들을 건네며 스승을 챙기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렇게 두 사람은 경기 전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누며 돈독한 사제지간의 정을 드러냈다.
조 감독은 경기 전 박 감독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에 대해 "이렇게 감독으로 서로 만나게 되니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난다"며 "박 감독을 상대로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갭다는 배운다는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김상현 한동민 등 1군에 당장 가도 될 선수들이 수두룩한 SK에 반해, 주장 신명철과 조중근 정도를 제외하고는 프로 경험이 거의 없는 신진급 선수들이 대다수인 KT는 전력 자체에서 큰 차이가 났다. 경기는 박 감독이 이끄는 SK가 14대2로 승리를 거뒀다. 일찌감치 승기가 SK쪽으로 넘어왔지만, SK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경기 후 박 감독이 조 감독에게 인사를 왔다. 조 감독이 "점수 많이 내지 말라니까"라고 농담조라 말하자 박 감독은 "죄송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꾸벅 인사를 하고 떠났다.
수원=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