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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에 파격이다.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LG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4대5 아쉬운 1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에 관심이 모아졌던 것은 잠실 라이벌 간의 개막전이라는 점 외에, 지난해 두산에서의 방출을 스스로 선택한 김선우가 유니폼을 바꿔입고 선발로 등판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24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김 감독이 김선우의 선발등판을 언급했을 때, 현장이 술렁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카드였다.
임지섭은 제주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LG가 신인 1차 지명으로 영입한 선수다. 150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이런 큰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막 2연전의 주말 경기에, 상대는 라이벌 두산이다. 2만6000 관중이 꽉 들어찬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른다고 하면, 얼마나 긴장이 될 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여기에 분위기를 떠나 아직 제구력이 프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일본 오키나와 실전과 시범경기에서도 들쭉날쭉한 제구로 애를 먹었다.
임지섭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 사실, 김 감독은 두산과의 2차전 선발로 좌완 신재웅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 시즌 두산 킬러로 맹위를 떨쳤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신재웅이 갑자기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고민이 깊어졌다. SK와의 홈 개막 3연전에 출격이 예고된 우규민, 코리 리오단 등을 앞으로 돌릴까도 고민해봤지만 애초 구상한 로테이션을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다른 카드를 찾았고, 결국 임지섭이 낙점됐다. 신정락이라는 선발 자원이 있지만 지난 시즌 두산에 약점을 보인 부분과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사실이 뼈아팠다. 개막 2연전을 변칙 로테이션으로 치르고, 주중 이어지는 SK와의 홈 개막 3연전부터 정상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할 계획이다.
보통 신인 투수들이 이런 큰 경기에 데뷔전을 치르면 '모 아니면 도'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겁 없이 던져 모두의 예상을 깨고 좋은 성적을 내는 일, 아니면 초반부터 긴장감을 떨치지 못하고 제구가 흔들리며 무너지는 두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일단, 신인투수 임지섭에게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 감독의 뚝심이라면 초반 조금 흔들려도 절대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기회를 줄 확률이 크다. 등판 전 마음을 비우는게 급선무다.
3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팀 입장에서는 지섭이가 오래 던져줘야 좋지 않겠느냐"며 "공들여 영입한 선수다. 언젠가는 선발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그 기회가 조금 빨리 찾아왔을 뿐이다. 본인에게는 큰 기회"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만약을 대비해 신정락을 뒤에 준비시켜놨다"며 "나도 임지섭의 투구 내용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