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불펜은 2013년을 잊을 수 없다. 무려 2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9구단 NC 다이노스와 함께 가장 많이 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중 몇 개만 줄였더라도 롯데가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었다. 롯데는 정규리그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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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3.33. 정대현의 2013년 성적이다.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과거 그의 정교한 제구력과 변화무쌍한 공끝 움직임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춤을 췄다. 그가 나오면 경기가 끝이 나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정대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마운드를 다음 투수에게 넘겨주는 일이 잦았다. 무릎이 안 좋았다. 예전 처럼 공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정대현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무릎만 버텨준다면 다시 예전 처럼 던질 수 있다. 그는 원래 자리인 마무리에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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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는 지난해 롯데의 클로저였다. 4월 중순 중책을 떠맡았다. 31세이브를 올렸다. 처음 한 것치고는 매우 훌륭한 성적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컸다. 8블론세이브로 고개를 숙였다. '옆구리 투수'로 좌타자를 상대할 때 부담을 느낀다.
김성배는 롯데 구단이 생각하는 2014시즌 마무리 1순위다. 어깨가 무겁다. 블론세이브를 줄이는 게 숙제다. 지난해 처럼 흔들릴 경우 롯데의 시즌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
김성배는 좀더 공격적인 피칭이 필요하다. 또 타자들과의 수싸움에 대한 연구가 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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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최대성의 팔꿈치는 괜찮은가
지난해 롯데 불펜에 가장 큰 공백을 준 장본인이 최대성이다. 그는 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그가 빠지면서 롯데 불펜에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었다. 옆구리 투수만 넘쳐났다. 빠른 공으로 찍어눌러야 할 상황에서도 맞춰잡는 투수가 등판하기 일쑤였다.
최대성은 재활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동료들에게 진 빚을 올해는 갚겠다"고 했다.
최대성이 2012년(8승8패1세이브17홀드) 만큼만 해주면 롯데 불펜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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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구단은 FA 강영식을 잡는데 17억원을 투자했다. 강영식은 좌완 스페셜리스트다. 좌완이며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어 희소가치가 있다. 하지만 경기력의 편차가 큰 편이다. 또 항상 기대치에 조금씩 모자랐다. 그래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강영식이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꼽을 수 있는 게 2008년이다. 당시 6승2패2세이브16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88.
롯데 불펜에는 좌완 이명우가 있다. 하지만 이명우 혼자로는 안 된다. 강영식이 무너질 경우 이명우가 떠안을 하중이 커진다. 강영식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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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회는 매우 위력적인 구질을 갖고 있다. 자기 구위에 대한 확신도 있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또 보직이 중요하다. 김승회는 지난 시즌 선발로 출발했다가 불펜에서 시즌을 마쳤다. 둘 사이를 오가느라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김승회는 2014시즌에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현재 그는 한 자리 남은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서 밀리면 불펜으로 가야 한다.
그는 어떤 역할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김승회도 이제 보직을 고정하는게 좋다. 그래야만 그의 진가를 볼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