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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 100만불? 용병시장 이대로 가면 공멸이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12-19 11:36 | 최종수정 2013-12-19 13:03



외인들로 인해 한국야구가 병들고 있다? 프로야구에서 외국인선수에 투자하는 금액은 얼마일까.

국내에서 외국인선수는 입단 첫 해 최대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1년 단위 계약만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믿는 이는 없다. 쓸 만한 외국인선수의 몸값은 100만달러를 훌쩍 넘기고, 다년 계약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인선수 규정이 '사문화(死文化)'된 지 오래다. 한국야구위원회의 외국인선수 고용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선수의 연간 참가활동보수는 미화 30만불(옵션 포함, 복리 후생비 제외)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은 계약연도의 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돼있다. 다년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곳곳에서 어떤 선수의 몸값이 100만달러가 넘는다, 이미 2년 계약을 하고 왔다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고용규정에 '이 규정을 위반하여 체결한 계약은 무효이며, 해당선수의 등록은 5년 동안(당해 연도 포함) 말소된다. 또한 위반한 구단은 당해 연도에 추가로 외국인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말이다.

30만달러-1년 계약? 솔직해져야 시장이 산다

KBO는 외국인선수 연봉 30만달러 제한은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각 구단들이 원하는 선수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몸값은 치솟고 있지만, KBO에서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마치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탬퍼링(사전접촉)처럼 KBO가 별도로 제재할 방도가 없는 셈이다.

좀더 솔직해지면 안될까. KBO는 프로 원년부터 선수들의 연봉을 투명하게 공개해왔다. 일부에서 이면계약을 하고 있지만, 타 스포츠에 비해선 투명한 편이다. 프로스포츠에서 좋은 사례로 꼽힐 정도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만큼은 너무나 불투명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몸값이 말도 안 되게 치솟고 있다. 다른 구단이 돈을 쓰는데 가만 있는 팀이 어딨나. 전체적으로 몸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외국인선수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한국무대 진출을 고민하는 선수들도 이미 유경험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선수와 에이전트들이 원하는 금액은 높아진다. 이 상태로라면, 몸값이 어디까지 치솟을 지 모르는 일이다. 최근엔 몸값 60만달러짜리 선수도 찾기 힘들다. 100만달러 이상 선수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바엔 차라리 투명하게 공개해 시장의 '적정가'를 형성시키는 게 낫다. 투자금액이 얼마인지 당당히 공개하고, 해당선수의 성적에 따라 성공 실패 여부가 판가름나는 게 진정한 프로의 생리 아닐까.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몸값 경쟁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인선수들은 타지에서 일한다는 공통점에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으로 돌아가도 한국프로야구 진출을 고심하는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전한다. 스포츠조선DB
더 큰 문제는 이적료, 바이아웃 금액 100만달러?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모든 팀들은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한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에서 밀려난 노장을 원하는 건 아니다. 아직 젊음을 갖고 있는 선수를 원한다.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 사이의 속칭 'AAAA' 선수다. 이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행을 선택할 경우, 또다른 지출이 생긴다.

바로 바이아웃, 즉 이적료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방출을 시키기 전까지 해당선수는 자유롭지 못하다. 소속팀이 없어 완전한 FA(자유계약선수)가 아닌 이상, 이적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 구단들이 노리는 선수들은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 메이저리그 진입이 힘든 선수는 큰 결심을 하고 '코리안 드림'을 선택하지만, 구단은 이중으로 돈이 나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이적료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한국프로야구에서 원하는 선수들을 안다. 일부 구단들은 이를 악용한다. 빅마켓 구단보다는 예산이 적은 스몰마켓 팀들이 주로 그렇다. 예전 같으면 논텐더로 방출시킬 선수도 굳이 40인 로스터에 붙잡고 있으면서 국내 구단에 이적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 이적료는 과거엔 많아야 10만달러, 대부분 그 이하였다. 구단 입장에선 크게 부담되지 않는 액수였다. 하지만 이젠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일부 메이저리그 구단은 바이아웃 금액으로만 100만달러 가까이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일부 구단이 100만달러 가까운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했다.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활약하면 일본의 영입후보에 오른다. 일본 구단과 돈으로 붙어서는 이길 수 없다. 그런데도 막대한 이적료를 남발하고 있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시장이 가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휘둘려 한국프로야구 시장이 공멸하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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