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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머리 길러 야구공 던졌던 이상훈입니다."
1993년 데뷔, 선발과 마무리 자리를 가리지 않고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잠실 마운드를 호령했던 LG 역사상 최고의 투수. 2003년 30세이브를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연말 시상식은 이상훈이 마음 먹은대로 참석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2004년 SK 소속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후 그렇게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그랬던 그가 뜻깊은 수상자로 선정돼 야구계 선후배들과 팬들 앞에서 오랜만에 인사를 할 수 있었다. 트레이드마크이던 긴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된 모습이었지만 현역 시절 보여줬던 카리스마는 어디 가지 않았다.
수상대에 오른 이상훈은 "옛날 머리 길러 야구공 던졌단 이상훈입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시상식장에 웃음이 터졌다. 이상훈은 "오랜만에 이렇게 시상식장에 와서 있어보니 긴장이 된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여러 선배님들께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는데, 미처 인사 드리지 못한 선배님들께는 양해의 말씀 드린다"면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선배님들게서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상훈은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까지 제주도에서 훈련을 해야해 다시 제주도로 가야한다. 몸 건강히, 정신 건강히 생활하며 야구에 전념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 멘트가 '야생마' 이상훈 다웠다. 시상식장을 찾은 야구 관계자들을 향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십쇼. 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