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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적인 결정의 이면에는 '미래가치'에 대한 통큰 기다림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용규에 대한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신인 포수 한승택을 고른 KIA의 선택은 상당히 의외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화에 입단한 한승택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는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KIA와 마찬가지로 포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한화로서는 차기 주전 포수감으로 한승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 복무 문제를 일찍 해결하려고 최근 경찰청 야구단 입대까지 확정지어놓은 상태였다.
한화는 '설마 올해 8위를 한 KIA가 2년 동안 쓰지 못할 선수를 데려가진 않겠지'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는 한화 뿐만 아니라 어떤 팀이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보상 지명에서 일반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선수를 고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KIA는 상식의 틀을 깼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파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록 한승택이 앞으로 2년간 경찰청 야구단에서 뛰어야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자세다.
KIA는 올해 8위로 추락했다. 당장 내년에 성적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기라면 즉시 전력감을 보상선수로 데려오는 게 맞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한화에서 보호선수로 묶은 20명을 빼고 보니 그런 인물이 드물었다. KIA 프런트는 고민에 빠졌다. 어중간한 선수들을 데려와봤자 크게 도움이 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한승택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화가 곧 경찰청 입대를 앞둔 한승택을 보호선수 리스트에서 제외한 점을 노렸다. 사실 KIA는 포수가 부족한 팀이다. 최근 수 년간 주전 자리를 지켰던 김상훈과 차일목은 이제 노쇠화 기미를 보인다. 이홍구와 백용환 등 신예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수년 후에 어떻게 클 지는 예단키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보면 KIA가 상당한 배짱을 부렸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승택이라고 해서 이홍구나 백용환보다 딱히 실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김상훈이나 차일목이 선수단에 없을 수도 있는 2년 후에 이홍구-백용환-한승택이 치열한 주전 포수 경쟁을 벌이게 되는 구도가 나온다면 분명 KIA의 경쟁력을 향상될 수 있다. 2년 후의 미래를 내다본 KIA의 배짱있는 선택이 과연 어떤 결실로 이어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