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성적'보다 '성장', 2년 후 미래에 투자한 KIA의 배짱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1-27 12:04 | 최종수정 2013-11-27 12:04


KIA가 FA로 한화에 내준 이용규의 보상 선수로 지명한 신인 포수 한승택. 스포츠조선 DB

파격적인 결정의 이면에는 '미래가치'에 대한 통큰 기다림이 있었다.

프로구단은 항상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당장의 성적과 앞으로의 미래. 아이러니하게도 어느 하나 소흘히 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또 동시에 손에 쥐기 힘들기도 하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확실히 실력이 검증된 선수를 써야한다. 그런데 또 팀의 미래를 생각하면 경험이 적은 신진들을 많이 기용할 필요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두 가지를 절충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는 확실히 규정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성적과 미래의 가치 사이에서 어중간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성적을 노리는 것이라고 보기에도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미래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아닌 모습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구단 운용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용규에 대한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신인 포수 한승택을 고른 KIA의 선택은 상당히 의외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화에 입단한 한승택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재능을 갖고 있는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KIA와 마찬가지로 포수 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한화로서는 차기 주전 포수감으로 한승택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군 복무 문제를 일찍 해결하려고 최근 경찰청 야구단 입대까지 확정지어놓은 상태였다.

한화는 '설마 올해 8위를 한 KIA가 2년 동안 쓰지 못할 선수를 데려가진 않겠지'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이는 한화 뿐만 아니라 어떤 팀이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보상 지명에서 일반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선수를 고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KIA는 상식의 틀을 깼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파격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비록 한승택이 앞으로 2년간 경찰청 야구단에서 뛰어야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자세다.

KIA는 올해 8위로 추락했다. 당장 내년에 성적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시기라면 즉시 전력감을 보상선수로 데려오는 게 맞다. 하지만 선수층이 얇은 한화에서 보호선수로 묶은 20명을 빼고 보니 그런 인물이 드물었다. KIA 프런트는 고민에 빠졌다. 어중간한 선수들을 데려와봤자 크게 도움이 될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한승택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한화가 곧 경찰청 입대를 앞둔 한승택을 보호선수 리스트에서 제외한 점을 노렸다. 사실 KIA는 포수가 부족한 팀이다. 최근 수 년간 주전 자리를 지켰던 김상훈과 차일목은 이제 노쇠화 기미를 보인다. 이홍구와 백용환 등 신예들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수년 후에 어떻게 클 지는 예단키 어렵다. 그런 면에서 보면 KIA가 상당한 배짱을 부렸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한승택이라고 해서 이홍구나 백용환보다 딱히 실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김상훈이나 차일목이 선수단에 없을 수도 있는 2년 후에 이홍구-백용환-한승택이 치열한 주전 포수 경쟁을 벌이게 되는 구도가 나온다면 분명 KIA의 경쟁력을 향상될 수 있다. 2년 후의 미래를 내다본 KIA의 배짱있는 선택이 과연 어떤 결실로 이어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