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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행 오승환, '도발'한 이와세에게 본때 보여줄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11-24 18:08


2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등판한 삼성 오승환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9.

"오승환? 잘 모르겠는데…"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나라도 다르고 세대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시아 한 시즌 최다세이브 기록이 깨어졌을 때도 쿨하게 "그랬구나"하며 자세히 신경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은 리그의 경쟁자가 된 상황. 그런 면에서 보면 다분히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주니치의 수호신 이와세 히토키(39)가 한신에 입단하게 된 오승환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평했다고 한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인 스포니치아넥스가 24일 보도했다. 이와세는 "상대팀 투수는 보지 않기 때문에 오승환에 대해서는 인상이 없다. 한 시즌 47세이브를 기록한 것도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오승환? 난 모른다"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말을 한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이와세. 한국 팬에게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이승엽에게 역전 3점홈런을 얻어맞으며 얼굴을 찌푸리던 투수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와세는 일본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인 인물이다.

1999년 주니치에서 데뷔한 이와세는 과거 선동열 KIA 감독이 주니치에서 붙박이 마무리로 뛸 때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당시 이와세는 선 감독 앞에 나오는 필승조였다. 선 감독이 떠난 이후 주전 마무리가 된 이와세는 올해까지 15년간 50경기 이상 등판하는 꾸준함과 함께 2006년부터 9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압도적 위용을 함께 과시하고 있다. 올해도 36세이브를 달성해 통산 382세이브로 일본의 역대 최다세이브 기록을 새로 썼다. 내년에도 현역으로 뛸 예정이라 기록은 계속 새로 쓰이게 된다.

한 마디로 일본 프로야구의 최정점에 선 투수다. 그런 이와키에 비하면 삼성을 떠나 한신 유니폼을 입게 된 오승환은 '떠오르는 신성'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오승환이 압도적 기량을 보였더라도 일본 프로무대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 이와세의 발언은 이런 차이 때문에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오승환은 한국 무대를 떠나 큰 주목을 받으며 한신에 입단한 상황이다. 단숨에 일본 프로야구 연봉 순위에서도 톱10 안에 진입했다. 게다가 한신과 주니치는 같은 센트럴리그에 속한 경쟁팀이다. 이와세가 오승환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게 따져보면 일부러 오승환을 경원시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오승환이 신경쓰이는 경쟁 상대라는 뜻일 수도 있다. 사실 이와세는 꾸준함으로 15년을 버텨왔지만, 이제 40대에 접어드는 '지는 태양'이다. 반면 오승환은 투수의 진짜 전성기라는 30대 초반에 들어선 '뜨는 태양'이다. 쌓아온 경력은 이와세에 못미치지만, 현재의 구위는 오승환이 오히려 최절정기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오승환이 실력으로 이와세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기회는 얼마든지 많다. 오승환이 소속된 한신과 이와세의 주니치는 센트럴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올 시즌 한신은 리그 2위를 했고, 주니치는 4위에 머물렀다. 이와세는 올해 36세이브를 했지만, 주니치는 한신에 11승12패(1무)로 밀렸다. 투타 전력에서 한신이 훨씬 낫다. 때문에 오승환이 내년 시즌 이와세가 보는 앞에서 주니치 타자를 잡고 세이브를 달성하는 장면이 나올 가능성이 한층 크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이와세가 "오승환은 모르겠다"고 할 지 궁금해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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