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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1년 연장 송지만, 19번째 시즌은 보너스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11-07 11:24 | 최종수정 2013-11-07 11:24


22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넥센 송지만이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22.

넥센 히어로즈 경기 때면 덕아웃 한쪽 빈 공간에서 쉴새없이 배트를 휘두르는 선수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선발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은 보통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데, 그는 경기 초반부터 쉬지 않고 기약없는 콜을 기다리며 준비를 한다. 야구 하나만 바라보며 18년을 달려왔다. 프로 18년 간 두자릿수 홈런을 친 게 14시즌. 4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리기도 했고, 두 번이나 30홈런 이상을 쳤다. 오랫동안 소속팀의 중심타자, 간판타자로 활약을 했지만,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송지만(40). 그에게 2013 시즌에 주어진 역할은 경기 후반 이따금씩 타석에 들어가는 대타요원.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보직이지만, 이따금씩 굉장히 낯설 게 다가올 때가 있었다. 2013 시즌에 선발 출전한 걸 손으로 꼽아보니 3,4경기 쯤인 것 같다.

1군에 있는 시간보다 2군에 머물렀던 시간이 더 길었다. 비중이 줄고 입지가 좁아지면 은퇴를 고민해야하는 나이 40세. 지난해 시즌 말미에도 은퇴를 권유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한 번 더 열정을 쏟아내고 싶어 선수를 고집했던 송지만이다.

송지만은 2013 시즌을 준비하면서, 시즌 종료 후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오키나와 2차 캠프로 가야하는데, 명단에 이름이 빠져 있었다.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이 컸으나, 이게 현실이었다. 아내도 은퇴를 이야기 했다. 어떻게 하면 선수 생활을 좋게 마무리할까, 지도자 생활을 어떤 식으로 준비할까, 머리에 참 많은 생각이 오갔다. 정규 시즌 때 만난 송지만은 은퇴 이야기를 꺼내면 알듯 모를듯한 미소를 흘렸다. 깔끔하게 비운 듯한, 초월한 듯한 모습이었다.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2사 1,2루 넥센 박병호가 첫 타석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치고 들어와 송지만, 오윤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9.29/
하지만 히어로즈는 송지만을 놓지 않았다. 송지만이 내년에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그라운드에 선다. 히어로즈 구단과 염경엽 감독 모두 송지만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가 전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니다. 최고참 선수로서 팀 분위기를 잡아주고, 주축선수들의 뒤를 받혀주는 역할이다. 야구 머신, 훈련중독자 송지만은 함께 있는 한참 아래 후배들에게 살아있는 야구교과서이다. 구단의 이런 결정에는 베테랑 선수에 대한 예우를 통해 선수들의 충성심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다시 주어진 1년은 지도자 수업을 받는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송지만은 정규 시즌 말미에 선수 연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송지만은 "지난 시즌도 보너스였는데, 다시 1년 간의 보너스를 얻었습니다. 우리 팀은 이제 리빌딩을 하는 팀이 아니라 정상을 노리는 팀입니다. 1년 간 팀에 정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는 "거리에서 종종 나를 알아봐주는 팬을 만날 때 정말 행복해요"라고 했다.

송지만은 2013시즌 34경기에 출전해 51타수 14안타 타율 2할7푼5리, 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박경완이 SK 와이번즈 2군 감독(41)이 됐고, 최동수(42)가 은퇴하면서, 송지만은 최고령 야수가 됐다. 그의 말 처럼 내년 시즌은 보너스 시즌이고,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시간이다.

송지만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시즌이 끝나고 딱 1주일 쉰 후 훈련을 시작했다. 18시즌 통산 타율 2할8푼2리, 311홈런, 1030타점. 송지만의 시계는 내년에도 힘차게 돌아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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