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2013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치전에서 삼성은 두산을 7-3으로 꺾고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했다. 감독상을 받은 류중일 감독이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대구=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1.01/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1980~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우승 제조기' 김응용 감독(현 한화 이글스 감독), '야신(野神)' 김성근 전 SK 와이번스 감독(현 고양 원더스 감독)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다. 삼성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12년 간 무려 6차례나 정상에 섰다. 바야흐로 삼성시대의 도래다.
삼성 황금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류중일 감독(50)은 이제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우뚝 섰다. 아울러 벼랑 끝에서 우승을 이끌어 낸 류 감독에게 이번 우승은 특별한 의미가 또 있다. 선동열 전 감독(현 KIA 타이거즈 감독)의 그림자를 완전히 지웠다는 점에서 그렇다.
라이온즈 지휘봉을 잡은 2011년, 류 감독은 첫 해에 바로 삼성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서 SK를 4승1패로 누르고 5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령탑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여줬는데, 류 감독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코치와 감독으로 삼성을 지휘한 선 감독이 만들어놓은 전력으로 우승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만큼 오랫동안 삼성은 선 전 감독의 팀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한국 최고의 투수 출신인 선 감독은 삼성 마운드, 특히 불펜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 감독의 그림자가 워낙 짙다보니, 류 감독은 사령탑 첫 해에 우승을 하고도 상대적으로 묻혔다. 심지어 선 감독 덕분에 운 좋게 우승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좋은 선수가 많아 우승이 가능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삼성이 두산에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1일 대구시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두산에 7대3으로 승리했다. 7차전에서 삼성이 두산에 승리하며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종료 후 류중일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는 삼성 선수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1.1
물론, 류 감독은 거의 모든 면에서 선 감독가 비교가 되는 걸 피할 수 없었다. 류 감독으로선 밖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에게 선 감독은 지워야할 그림자, 극복해야할 대상처럼 보였다.
그리고 2012년 삼성은 다시 정상에 올랐다. 선 감독이 지휘하던 2005~2006년에 이어 다시 2년 연속으로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모두가 류중일의 지도력을 다시 봤다. 그의 푸근한 리더십에 주목했다. 비로서 선 감독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선 감독을 입에 올리는 이들이 있었다. 선 감독이 팀을 떠난 지 2년이 흘렀고, KIA 지휘봉을 잡았는데도 말이다.
올 시즌 류 감독은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냈다. 이제 더이상 선 감독을 언급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 감독이 강력한 카리스마에 섬세한 감각으로 마운드 운용에 능했다면, 류 감독은 소통을 중시하면서 선수에게 믿음을 심어주고, 참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다. 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을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올 해 선 감독의 KIA는 개막을 앞두고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투수자원이 넘쳐났고, 우승에 대한 기대도 컸다. 그러나 부상선수가 속출한 가운데 KIA는 신생팀 NC 다이노스에도 뒤진 8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