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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에 투입 가능한 투수들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물량공세를 편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단 1%의 미련도 남기지 않는 과감한 투수교체 작전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에 감독도, 투수코치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과 김태한 투수코치는 차분했다. 밴덴헐크의 구위가 정상이 아님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배영수를 준비시켜 큰 화를 막았다.
그 다음부터 이어진 릴레이 투수교체 시기가 기가 막혔다. 배영수를 만나면 두산 타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달려든 이번 한국시리즈. 배영수에게는 1⅓이닝 만을 맡기며 급한 불만 끄게 했다. 남은 이닝수와 가용 가능한 병력을 감안한다면 배영수를 더 끌고가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감했다. 1+1의 핵심인 차우찬이 등장했다. 차우찬은 0-1이던 3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최재훈을 병살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차우찬은 1-1이던 5회 최준석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3회 만루 위기를 막아낸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했다.
차우찬에서 심창민으로 이어지는 교체도 좋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름값있는 선수를 투입했을 때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 현재 삼성 불펜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차우찬과 안지만이다. 그런 차우찬이 5회 홈런을 허용하고 2사 2루의 위기에 몰리자 삼성 덕아웃은 지체 없이 심창민을 투입했다. 최재훈이 우타자라는 점도 고려가 됐겠지만, 체력이 떨어져있는 차우찬보다는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심창민을 선택한 결과였다. 심창민이 최재훈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 역시 성공을 거뒀다.
이후 교체도 깔끔했다. 3-2로 역전에 성공한 후 7회초 선두타자 최준석이 안타로 출루하자 좌타자 오재일을 상대로 좌완 권 혁을 올렸다. 타격감이 좋던 오재일을 막아냈다. 그렇게 안지만-오승환 라인이 가동될 수 있는 지점까지 힘겹게 도달했다. 전체적인 투수교체에서 큰 미련을 보이지 않고 계획대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게 주효했다.
삼성의 7차전 선발은 장원삼이다. 뒤에 윤성환까지 대기한다. 이날 적절한 투구수 조절로 오승환 안지만 심창민이 모두 투입 가능해졌다. 6차전 큰 고비를 현명하게 넘기며 귀중한 승리를 얻었고, 7차전 투수 운용은 한결 수월하게 펼칠 수 있게 된 류 감독이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