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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류중일 감독의 미련 0% 투수교체, 삼성 살렸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1-01 08:19


31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7회초 2사 1루서 두산 이종욱을 중견수 플라이 처리 한 삼성 안지만이 박수치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31.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에 투입 가능한 투수들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물량공세를 편다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중요했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단 1%의 미련도 남기지 않는 과감한 투수교체 작전을 선보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류 감독은 3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장원삼과 윤성환을 제외한 모든 투수가 대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패하면 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했다. 물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체력적인 변수가 많았다. 선발 밴덴헐크부터 불안했다. 5차전 불펜으로 나서 28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피칭을 대신한 개념이라지만 연습과 실전은 엄연히 다르다. 불펜의 핵인 차우찬과 안지만도 걱정이었다. 차우찬은 28일 열린 4차전에서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졌다. 이틀밖에 쉬지 못했다. 안지만도 5차전에서 45개의 공을 뿌렸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밴덴헐크가 최대한 긴 이닝을 끌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믿었던 밴덴헐크가 경기 시작부터 삼성 덕아웃을 '멘붕'에 빠뜨렸다. 누가 봐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1이닝 만을 소화한 후 오른팔 근육통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기에 감독도, 투수코치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류 감독과 김태한 투수코치는 차분했다. 밴덴헐크의 구위가 정상이 아님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배영수를 준비시켜 큰 화를 막았다.

그 다음부터 이어진 릴레이 투수교체 시기가 기가 막혔다. 배영수를 만나면 두산 타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달려든 이번 한국시리즈. 배영수에게는 1⅓이닝 만을 맡기며 급한 불만 끄게 했다. 남은 이닝수와 가용 가능한 병력을 감안한다면 배영수를 더 끌고가야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감했다. 1+1의 핵심인 차우찬이 등장했다. 차우찬은 0-1이던 3회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최재훈을 병살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차우찬은 1-1이던 5회 최준석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3회 만루 위기를 막아낸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했다.

차우찬에서 심창민으로 이어지는 교체도 좋았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름값있는 선수를 투입했을 때 더 큰 안정감을 느낀다. 현재 삼성 불펜 중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는 차우찬과 안지만이다. 그런 차우찬이 5회 홈런을 허용하고 2사 2루의 위기에 몰리자 삼성 덕아웃은 지체 없이 심창민을 투입했다. 최재훈이 우타자라는 점도 고려가 됐겠지만, 체력이 떨어져있는 차우찬보다는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힘을 가진 심창민을 선택한 결과였다. 심창민이 최재훈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 역시 성공을 거뒀다.

이후 교체도 깔끔했다. 3-2로 역전에 성공한 후 7회초 선두타자 최준석이 안타로 출루하자 좌타자 오재일을 상대로 좌완 권 혁을 올렸다. 타격감이 좋던 오재일을 막아냈다. 그렇게 안지만-오승환 라인이 가동될 수 있는 지점까지 힘겹게 도달했다. 전체적인 투수교체에서 큰 미련을 보이지 않고 계획대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게 주효했다.

삼성의 7차전 선발은 장원삼이다. 뒤에 윤성환까지 대기한다. 이날 적절한 투구수 조절로 오승환 안지만 심창민이 모두 투입 가능해졌다. 6차전 큰 고비를 현명하게 넘기며 귀중한 승리를 얻었고, 7차전 투수 운용은 한결 수월하게 펼칠 수 있게 된 류 감독이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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