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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은 투수 출신이다. 그는 상대 투수가 마운드에서 던지는 동작을 유심히 살핀다. 그리고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잡아 낸다. 김 감독의 이런 지적과 항의가 항상 주심을 설득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항의를 지켜보는 상대 투수의 마음은 어떨까. 투구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투수 스스로도 자기 투구 폼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한 번쯤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하루가 지난 뒤 "습관적으로 그렇게 던지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주자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발을 살짝 떼는 동작이 타자에게 던지기 위함인지, 주자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위함인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보크라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김병현의 그 동작은 보크가 아니다. 왜냐하면 발을 크게 튕기거나 큰 동작이면 모르겠는데 워낙 미세하고 일관성이 있는 습관이다. 김병현은 투구할 때는 무조건 그렇게 한다. 하지만 견제할 때는 발을 완전히 빼고 하니까 문제될 게 없다. 주자들이 헷갈려 한다고 하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동작이기 때문에 기만 행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 우완투수 안지만의 투구 동작을 놓고 항의를 했다. 그후 공교롭게 바로 후속타자 최준석이 안지만으로부터 동점(5-5) 솔로 홈런을 쳤다.
김 감독이 4-5로 끌려간 5회말, 김현수가 삼진을 당한 후 지적한 부분은 안지만의 키킹 동작이다 안지만은 두 가지 키킹 동작을 갖고 있는 투수다. 주자가 없을 때는 왼발을 들어 뒤쪽으로 간 후 돌리면서 던진다. 공에 힘을 싣는데 도움이 된다. 주자가 있을 때는 다른 투수들 처럼 바로 키킹한 후 공을 뿌린다.
김 감독은 안지만의 키킹 동작이 타자들의 타격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지만의 키킹 동작을 길게 가져가는 걸 두고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김 감독은 투구 중 미묘하게 정지 동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 감독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풍기 주심은 큰 문제가 없다며 김 감독을 돌려보냈다. 두 가지 키킹 동작이 괜찮다고 봤다. 또 정지 동작으로 보지도 않았다.
야구규칙 8조 1항을 보면 '투수가 와인드업 포지션 및 세트 포지션에서 투구 동작 중에 고의로 일시 정지하거나 투구 동작을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않고 의도적으로 단계를 취하는 동작을 하거나 손발을 흔들흔들하면서 투구하면 보크나 볼을 선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