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KS]낭떠러지 삼성 야구, '익숙함'의 오류에 빠졌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10-29 09:38 | 최종수정 2013-10-29 09:38


최강의 전력이라고 자타공인하는 삼성이 뭘 잘못한 걸까. 삼성 선수들은 한국시리즈가 익숙해있다. 투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2011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정상에 올라봤다. 2010년 SK에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것까지 합치면 올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고 있다.
삼성 주장 최형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준비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 부임 이후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 이후 약 3주간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늘 해오던 대로 꼼꼼하게 여러가지 상황을 대비했다. 잠실구장에서 201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4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승엽이 두산 이재우에게 삼진을 당했다. 아쉬운 표정을 타석을 물러나고 있는 이승엽.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10.28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시즌 1위를 해놓고도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두산 베어스에 넘겨줄 위기에 처했다. 1승3패. 한 번만 더 지면 끝이다.

삼성 야구는 올해 첫 정규시즌 3연패 대기록을 세웠다. 과거 해태(현 KIA)와 현대, SK도 걸어보지 못한 걸 했다. 그리고 삼성은 대망의 통합 우승 3연패에 도전했지만 4차전까지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다. 다수의 전문가가 삼성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4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치고 올라온 두산이 더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국내야구에 사례가 없는 정규리그 4위팀의 하극상 우승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최강의 전력이라고 자타공인하는 삼성이 뭘 잘못한 걸까. 삼성 선수들은 한국시리즈가 익숙해있다. 투타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2011년과 지난해 연속으로 정상에 올라봤다. 2010년 SK에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것까지 합치면 올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고 있다.

삼성 주장 최형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준비했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사령탑 부임 이후 2년 연속 통합 우승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는 정규시즌 이후 약 3주간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면서 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늘 해오던 대로 꼼꼼하게 여러가지 상황을 대비했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 객관적인 전력에서의 비교 우위, 충분한 휴식을 통한 체력적 우위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이 두산에 밀릴 이유가 없어 보였다. 단 두산은 준PO와 PO를 차례로 통과하면서 무서운 상승세와 좋은 경기감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도 삼성이 이럴 줄을 몰랐다. 초반부터 주도권을 두산에 넘겨주고 끌려갔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익숙함'이라는 오류에 빠졌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우승의 노하우를 알고 있다. 지난 2년간 그랬다. 삼성이 걸어간 길이 우승 로드였다. 그런데 똑같은 길을 왔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이기는 법'도 갈고 닦아 업데이트를 시키지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가 2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에게 0-2로 뒤지고 있는 5회초 삼성 류중일 감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28/
않으면 녹슬게 돼 있다. 삼성은 '익숙함'에 '새로움(new)'을 더했어야 한다.

삼성 선수들은 좀더 긴장했으면 어땠을까. 설레임에 정도가 부족했다. 삼성 야구가 지난해 통합우승을 했을 때 돌아온 이승엽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삼성은 2011년 통합 우승 이후 일본에서 컴백한 이승엽을 영입했다. 삼성 야수들은 이승엽을 구심점으로 해서 돌아갔다. 그는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홈런을 쳤다. 그 한방으로 이승엽은 할일을 다한 셈이다.

하지만 삼성은 2013시즌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같은 임팩트있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외국인 투수 2명이 물갈이되는 정도로는 약하다. 새로 데려온 선수도 지난해만 못했다. 이승엽도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시즌 내내 고전했다.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LG와 넥센 두산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피말리는 접전 끝에 힘겹게 1위를 사수했다.


결국 사고는 한해 농사를 결정하는 한국시리즈에서 터지고 말았다. 주전 유격수 김상수와 2루수 조동찬이 부상으로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두 중심 선수의 결장은 수비 공백 보다 타선의 약화로 이어졌다. 삼성의 이번 한국시리즈 팀 타율은 1할7푼5리. 4차전까지 총 7득점(16실점)했다. 홈런은 1개(박석민) 뿐이다. 1번 타자 배영섭(타율 0.063)과 이승엽(타율 0.133)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김상수를 대신하고 있는 정병곤도 8타수 무안타다.

중심 타자들이 득점 찬스 때마다 해결사 노릇을 못 했다. 단기전의 승패는 주로 적은 찬스를 살리는 쪽으로 기울게 돼 있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 익숙한 타자들이 결정력 싸움에서 두산에 밀렸다.

일본 최고 명문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재팬시리즈에서 22번 우승했다. 그들은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매년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한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이유다. 첫째는 더 강해지기 위해서다. 선수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효과도 있다. 두번째는 상대팀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상대팀에서 잘 하는 선수를 많은 돈을 주고 빼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신 타이거즈가 특급 마무리 오승환(삼성)의 영입에 열을 올리자 요미우리가 긴장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았다. 그러면서 요미우리가 오승환의 한신행을 막기 위해 막판에 더 많은 돈을 베팅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요미우리는 탄탄한 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과 별도로 일본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선수 욕심을 내고 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탄탄한 2군을 만들어 놓았다.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많은 돈을 투자하는 FA 영입 보다 자체 시스템을 통해 선수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틀린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를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즉시 전력감의 완성된 선수를 매년 공급하지 않을 경우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선 항상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떨어지게 돼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