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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에서 반복된 실패가 이어지면 조바심이 생긴다 .
3차전에 승리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삼성. 하지만 '득점권 공포증'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0-2로 뒤진 2회초 1사 1,2루. 박한이는 빠른 템포로 공격에 나섰다. 2구째 141㎞ 패스트볼을 때려 유격수 땅볼. 1루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 당했다. 빠른 발 덕이 아니었으면 병살로 이닝이 끝날 뻔 했다. 이어진 2사 1,3루.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이지영은 이재우의 패스트볼에 빠른 스윙을 가져가지 못했다. 2B2S에서 바깥쪽 141㎞ 패스트볼에 헛스윙 아웃.
3회 삼성 공격은 더 아쉬웠다. 2사 후 볼넷-안타-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힘있는 클러치히터 박석민. 잘 던지던 두산 선발 이재우가 핀치에 몰렸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볼 2개를 잇달아 던졌다. 배팅 찬스. 이재우의 3구째는 또다시 볼이었다. 139㎞짜리 바깥쪽 낮은 공. 하지만 박석민이 도와줬다. 배트를 멈추지 못하고 헛스윙. 여전히 이재우의 어깨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137㎞짜리 바깥쪽 공이 낮은 볼로 형성됐다. 하지만 박석민이 또 한번 이재우를 도왔다. 체크 스윙에 어정쩡한 파울타구. 2B1S였음을 감안하면 히팅이든 웨이팅이든 딱 하나의 확실한 결정이 아쉬웠다. 밀어내기 볼넷이 될 상황이 순식간에 볼카운트 2B2S가 됐다. 평소 찬스에 강했던 박석민답지 않은 모습. 자신감도 없었고 급한 마음에 잇달아 볼에 배트를 내밀었다. 결국 5구째 140㎞짜리 몸쪽 빠른 공에 스윙도 못해보고 삼진을 당했다. 약간 높았다고 억울해 했지만 스트라이크 판정 이전에 낮은 볼 2개에 배트를 내민 점이 화근이었다. 삼진 콜이 불리는 순간 이재우는 격하게 환호했다. 자칫 와르르 무너질 뻔 했던 이재우를 살려준 결과는 삼성에 뼈 아프게 다가왔다. 이재우가 완전히 살아났다. 자신감을 되찾은 이재우는 4회 삼성 타선을 삼자 범퇴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정병곤 배영섭 김태완을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지배했다. 한 타자와의 승부 결과가 선발 투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회 박석민과의 승부는 이날 이재우의 피칭에 있어 분수령이었다. 결국 이재우는 5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2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으로 앞선 6회부터 핸킨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반면, 찬스를 놓친 박석민은 4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김재호의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이종욱의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로 아웃시키며 스스로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공-수에 걸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삼성 타선의 '득점권 조바심'. 떨쳐내지 못하면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우승의 꿈은 이뤄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