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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 삼성타선의 '득점권 조바심', 이재우를 살렸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10-28 21:59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한국시리즈 4차전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삼성 박석민이 스탠딩 삼진아웃을 당하며 허탈해하고 있다.
잠실=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10.28/

두산과 삼성의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두산 이재우가 삼성 박석민을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28/

2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서 두산 선발투수 이재우가 삼성 박석민을 삼진처리한 후 환호하고 있다.
잠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8.



큰 경기에서 반복된 실패가 이어지면 조바심이 생긴다 .

가장 조심해야 할 적이다. 삼성은 1차전부터 찬스를 번번이 놓쳤다. 점수가 나야 할 상황에서 실패했다. 대구 1,2차전에서 삼성이 낸 득점은 경기당 단 1점. 2차전은 절정이었다. 연장 승부에서 숱한 끝내기 찬스를 허공에 날렸다. 반복된 실패. 조바심을 불렀다. 전염성도 강하다. 멀쩡했던 타자들. 득점권만 되면 달라졌다. 평소보다 얼굴이 굳었고, 여유 없는 급한 스윙이 이어졌다. 엄청난 구위가 없는 두산 투수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상대 투수가 볼을 남발하면서 크게 흔들릴 때 투수를 코너에 몰 수 있는 여유가 삼성 타자들에게 없었다.

3차전에 승리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삼성. 하지만 '득점권 공포증'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 0-2로 뒤진 2회초 1사 1,2루. 박한이는 빠른 템포로 공격에 나섰다. 2구째 141㎞ 패스트볼을 때려 유격수 땅볼. 1루주자가 2루에서 포스아웃 당했다. 빠른 발 덕이 아니었으면 병살로 이닝이 끝날 뻔 했다. 이어진 2사 1,3루. 어깨에 힘이 들어간 이지영은 이재우의 패스트볼에 빠른 스윙을 가져가지 못했다. 2B2S에서 바깥쪽 141㎞ 패스트볼에 헛스윙 아웃.

3회 삼성 공격은 더 아쉬웠다. 2사 후 볼넷-안타-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힘있는 클러치히터 박석민. 잘 던지던 두산 선발 이재우가 핀치에 몰렸다.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볼 2개를 잇달아 던졌다. 배팅 찬스. 이재우의 3구째는 또다시 볼이었다. 139㎞짜리 바깥쪽 낮은 공. 하지만 박석민이 도와줬다. 배트를 멈추지 못하고 헛스윙. 여전히 이재우의 어깨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137㎞짜리 바깥쪽 공이 낮은 볼로 형성됐다. 하지만 박석민이 또 한번 이재우를 도왔다. 체크 스윙에 어정쩡한 파울타구. 2B1S였음을 감안하면 히팅이든 웨이팅이든 딱 하나의 확실한 결정이 아쉬웠다. 밀어내기 볼넷이 될 상황이 순식간에 볼카운트 2B2S가 됐다. 평소 찬스에 강했던 박석민답지 않은 모습. 자신감도 없었고 급한 마음에 잇달아 볼에 배트를 내밀었다. 결국 5구째 140㎞짜리 몸쪽 빠른 공에 스윙도 못해보고 삼진을 당했다. 약간 높았다고 억울해 했지만 스트라이크 판정 이전에 낮은 볼 2개에 배트를 내민 점이 화근이었다. 삼진 콜이 불리는 순간 이재우는 격하게 환호했다. 자칫 와르르 무너질 뻔 했던 이재우를 살려준 결과는 삼성에 뼈 아프게 다가왔다. 이재우가 완전히 살아났다. 자신감을 되찾은 이재우는 4회 삼성 타선을 삼자 범퇴로 돌려세웠다. 5회에도 정병곤 배영섭 김태완을 3타자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마운드를 지배했다. 한 타자와의 승부 결과가 선발 투수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회 박석민과의 승부는 이날 이재우의 피칭에 있어 분수령이었다. 결국 이재우는 5이닝 동안 탈삼진을 무려 8개나 잡아내며 2피안타 3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0으로 앞선 6회부터 핸킨스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반면, 찬스를 놓친 박석민은 4회말 수비 2사 1루에서 김재호의 땅볼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했다. 이종욱의 안타성 타구를 호수비로 아웃시키며 스스로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공-수에 걸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삼성 타선의 '득점권 조바심'. 떨쳐내지 못하면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우승의 꿈은 이뤄지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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