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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격수 손시헌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진욱 감독이 준비한 비장의 카드였다. 허리 부상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때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몸상태가 회복된 덕분에 한국시리즈에서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 손시헌은 지난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김재호 대신 선발 유격수로 출전했다. 그리고는 결승타와 쐐기 홈런 등 3안타를 몰아치면서 경기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손시헌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줄 것"이라는 김 감독의 바람은 그렇게 현실이 됐다. 2차전 때도 손시헌은 선발 유격수 자리를 맡아 6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시리즈 1, 2차전까지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27일 잠실 홈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의 손시헌은 '국가대표 유격수'와는 거리가 먼 수비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팀을 위기에 빠트린 결정적 실책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4회초 삼성의 공격. 앞서 3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두산 선발 유희관이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좌전 2루타를 내준 뒤 최형우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 채태인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뒤이어 나온 이승엽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결국 1사 만루의 위기에 빠졌다.
한국시리즈같은 단기전에서는 선취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다가 자칫 초반에 대량으로 점수를 내줄 경우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1사 만루는 공격팀에서 대량득점을 내기 쉬운 상황. 실점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야 땅볼을 유도해 더블 플레이를 만드는 것이다.
다행히 유희관은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나온 박한이에게 특유의 느린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앞으로 흐르는 땅볼을 유도해냈다. 타구의 방향이나 스피드로 볼 때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의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하필 이날 선발 유격수인 손시헌이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낮게 구르는 타구를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다. 겨우 옆으로 빠진 공을 잡은 손시헌은 선행주자라도 잡을 요량으로 몸을 던지며 2루에 던졌는데, 하필 방향이 나빴다. 공이 2루수 오재원의 글러브로 들어가지 못하면서 1루 주자 이승엽이 2루에서 세이프됐다.
이로인해 삼성은 선취점을 냈고, 모든 주자가 살아남아 상황은 계속 1사 만루로 이어지고 말았다. 삼성은 여기서 희생플라이로 1점을 추가해 2-0으로 앞서나갔다. 손시헌의 실책이 불러일으킨 참사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