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깜짝 등장'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국내외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애국가를 가수 이은미가 열창을 하고 난 뒤 마침내 박 대통령이 등장했다. 잠실구장 장내 아나운서가 "오늘 시구는 대한민국 18대 박근혜 대통령께서 하시겠습니다"라고 방송을 하자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2만5500명의 관중이 일제히 기립,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시구 인사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시구 준비가 완료되자 3루측 통로를 통해 그라운드로 모습을 드러냈다. 3루 내야석과 본부석에 자리잡은 팬들은 휴대폰을 들고 촬영을 하는 등 일순간 술렁이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박 대통령은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으로 마운드로 향했다. 박 대통령은 나광남 구심의 안내를 받으며 마운드 앞 잔디에 위치를 잡았다. 이어 나 구심이 건네주는 공을 받아들고는 시구를 했다. 두산 포수 최재훈이 원바운드로 크게 떨어지는 공을 받았고, 삼성 배영섭은 대통령의 '슬로 커브'에 배트를 가볍게 돌렸다.
퇴장 장면도 흥겨웠다. 시구를 마친 박 대통령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3루쪽 통로로 퇴장하던 도중 덕아웃 앞에 일렬로 서 있는 삼성 선수단을 향해 밝게 인사를 한 뒤 류중일 감독과 악수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이어 포수 뒤쪽 본부석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이날 한국시리즈 2차전 초청을 받은 서울 언북중학교 야구부 선수들 사이에 앉은 박 대통령은 손짓으로 관중석을 가리키며 언북중 선수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등 경기장 분위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박 대통령 왼쪽 옆에 앉은 김재균군(14)은 "야구를 언제 시작했는지, 재밌는지 물어보셨다. 또 오늘 경기를 보면서 공부되는 게 있냐고 하셔서 많다고 답했다"며 "높은 분이란 느낌에 긴장이 됐다"고 말했다. 오른쪽에 앉은 신승환군(14)은 "학교에서 수업할 때 불편한 점은 없는 지 물어보셨다. 또 공부하는 시스템에 대해 궁금하신 것 같았다"고 했다. 한혜성군(13)은 "열심히 해서 좋은 야구선수가 돼라고 말씀해주셔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시구 복장은 분위기 만큼이나 경쾌했다. '2013 Korean Series'라고 적힌 곤색 외투에 회색 면바지의 캐주얼 차림으로 한껏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구를 관전할 때는 'K'가 적힌 한국 야구대표팀 모자를 썼고, 따사로운 햇빛에 태극문양의 부채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2회말 두산의 공격이 끝난 직후 수행원들과 함께 야구장을 빠져나갔다. 대통령의 야구장 나들이로 한국시리즈 3차전은 축제의 열기 속에 진행됐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