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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플레이오프 3, 4차전에서 역대급 수비력을 자랑했다.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다. 1, 2차전에서 거의 완벽한 수비력을 발휘했다.
모든 선수들이 그랬다. 두산 김현수는 "2연승을 거뒀지만, 예전의 아픈 기억이 있다. 때문에 들뜨지 말고 더욱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선수들끼리 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3차전에서 두산은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4회 1사 만루 상황에서 유격수 앞 땅볼을 손시헌이 더듬었다. 타이밍 상 병살타 가능성이 농후했던 타구. 하지만 손시헌의 수비미스로 결국 모든 주자를 살려줬고, 결국 2점을 내줬다.
7회에도 박한이의 2루수 땅볼을 오재원이 한 차례 떨어뜨리며 타자주자를 살려줬다. 쉽지 않은 타구였지만, 오재원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매우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결국 홍상삼의 폭투로 또 다시 1점을 내줬다. 삼성이 3차전에서 뽑은 점수는 모두 보이지 않은 실책과 연관성이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우리가 흥분했던 게 문제"라고 했다. 두산 스스로가 무너졌던 경기였다.
2연승 후 1패. 두산의 객관적인 전력을 감안하면 삼성에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서있는 것은 여전히 준수한 성적이다.
하지만 두산은 2007년의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당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모두 잡았다. 그러나 2차전 도중 김동주와 SK 투수 채병용과의 마찰이 있었다. 결국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다. 2연승을 거둔 두산. 당시 1, 2차전을 잡은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흥분모드'였던 두산은 냉정함을 잃고 3차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2연승 후 4연패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SK에 넘겨줘야 했다.
이런 뼈아픈 기억 때문에 3차전 직전 두산의 모든 선수들은 '침착함'을 되뇌었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물론 여전히 두산이 유리하다. 게다가 두산은 2007년의 '학습효과'가 선수들의 뇌리 속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2007년을 답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주전 내야수 이원석과 오재원이 부상을 입었다. 때문에 무결점을 자랑하는 수비력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타선의 다양한 옵션마저 제한이 걸린 상태다. 과연 두산은 2007년의 학습효과를 어떻게 활용할까. 한국시리즈 우승의 커다란 변수로 떠올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