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PO] 김재호 대신 빼든 손시헌 카드, 신의한수 판명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10-24 20:23 | 최종수정 2013-10-25 08:08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1차전 경기가 24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두산 2회초 2사 1,3루에서 손시헌이 1타점 역전 적시타를 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24/

24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2회초 2사 1,3루서 두산 손시헌이 1타점 적시타를 쳐 내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4.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최종 무대에 오른 두산. 숨은 MVP는 유격수 김재호였다. 수비에서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외야 잔디 위에서 펼치는 깊은 수비. '좌격수', '유익수'란 신조어를 탄생시킬만큼 환상적이었다. 기민한 풋워크와 유연한 글러브질, 강한 어깨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가능한 결과였다. 김재호의 수비에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막힌 상대 타자들은 타격 페이스를 잃었다. 오재원과 함께 두산의 철벽 키스톤 플레이어 역할을 한 공신.

24일 대구에서 개막된 한국시리즈. 놀랍게도 김재호의 이름은 전광판 위에 없었다. 선발 유격수는 베테랑 손시헌이었다. 9번 유격수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무슨 일이었을까.

경기 전 두산 김진욱 감독은 "손시헌이 회복해 몸 상태가 좋아졌다. 김재호에게 휴식을 주는 차원도 있다"고 유격수 교체의 이유를 설명했다. 데이터상의 고려도 있었다. 손시헌은 삼성의 1차전 선발 윤성환에게 강했다. 올시즌 윤성환을 상대로 5타수3안타(0.600) 1타점. 2루타도 1개 포함돼 있다. 반면, 김재호는 윤성환에게 6타수1안타(0.167)로 약했던 편. 대구구장에서도 손시헌은 20타수6안타(0.300)으로 강했다. 반면, 김재호는 대구에서 12타수1안타(0.083)으로 약했다. 손시헌과 윤성환은 동의대 1년 선·후배 사이. 1년 선배인 손시헌은 대학 시절 에이스였던 윤성환의 투구를 바로 뒤에서 지켜봤다. 투구패턴과 장·단점을 오랜 시간 동안 훤히 꿰뚫고 있다.

여러가지 팩트가 두루 고려된 고심 끝 결단.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1 동점을 이룬 2회 손시헌의 첫타석. 2사 1,3루에서 윤성환은 패스트볼 2개를 잇달아 던져 2S를 잡아냈다. 슬라이더, 커브 등 날카로운 변화구 유인구를 감안하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윤성환의 승리 확률 90% 이상. 하지만 손시헌은 역시 1년 후배 윤성환의 천적이었다. 2B2S에서 윤성환의 5구째를 중전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천금 같은 역전 적시타. 131㎞짜리 바깥쪽 낮은 코스에 완벽하게 제구된 공을 몸을 살짝 기울여가며 기술적으로 배트 중심에 맞혀냈다. 윤성환은 후속타자 이종욱에게까지 적시타를 허용했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해 초반 흐름을 장악해야 하는 두산으로선 손시헌의 징검다리 적시타는 천금, 그 자체였다. 손시헌은 2사 1루였던 4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윤성환의 초구 변화구를 강타해 깨끗한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끝이 아니었다. 6-1로 앞선 두산의 6회초 공격. 두산으로선 5회 1사 3루의 쐐기 찬스에서 삼성 불펜진 조현근, 신용운에게 막혀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6회 선두타자 손시헌은 힘있는 공을 던지던 신용운의 초구 142㎞짜리 높은 패스트볼을 거침 없이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일말의 불안감마저 없애준 쐐기포.

이전 스테이지에서 MVP급 맹활약을 하던 김재호를 벤치에 앉힌 것은 그야말로 결단이었다. 자칫 바꾼 쪽에서 탈이 나면 고스란히 벤치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 두산 벤치의 소신이 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시리즈 1차전 초반 흐름을 가져왔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