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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잇달아 승리하며 최종 무대에 오른 두산. 숨은 MVP는 유격수 김재호였다. 수비에서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외야 잔디 위에서 펼치는 깊은 수비. '좌격수', '유익수'란 신조어를 탄생시킬만큼 환상적이었다. 기민한 풋워크와 유연한 글러브질, 강한 어깨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가능한 결과였다. 김재호의 수비에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막힌 상대 타자들은 타격 페이스를 잃었다. 오재원과 함께 두산의 철벽 키스톤 플레이어 역할을 한 공신.
여러가지 팩트가 두루 고려된 고심 끝 결단.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1 동점을 이룬 2회 손시헌의 첫타석. 2사 1,3루에서 윤성환은 패스트볼 2개를 잇달아 던져 2S를 잡아냈다. 슬라이더, 커브 등 날카로운 변화구 유인구를 감안하면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한 윤성환의 승리 확률 90% 이상. 하지만 손시헌은 역시 1년 후배 윤성환의 천적이었다. 2B2S에서 윤성환의 5구째를 중전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천금 같은 역전 적시타. 131㎞짜리 바깥쪽 낮은 코스에 완벽하게 제구된 공을 몸을 살짝 기울여가며 기술적으로 배트 중심에 맞혀냈다. 윤성환은 후속타자 이종욱에게까지 적시타를 허용했다. 불펜이 상대적으로 약해 초반 흐름을 장악해야 하는 두산으로선 손시헌의 징검다리 적시타는 천금, 그 자체였다. 손시헌은 2사 1루였던 4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윤성환의 초구 변화구를 강타해 깨끗한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끝이 아니었다. 6-1로 앞선 두산의 6회초 공격. 두산으로선 5회 1사 3루의 쐐기 찬스에서 삼성 불펜진 조현근, 신용운에게 막혀 일말의 불안감이 남아있었다. 6회 선두타자 손시헌은 힘있는 공을 던지던 신용운의 초구 142㎞짜리 높은 패스트볼을 거침 없이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일말의 불안감마저 없애준 쐐기포.
이전 스테이지에서 MVP급 맹활약을 하던 김재호를 벤치에 앉힌 것은 그야말로 결단이었다. 자칫 바꾼 쪽에서 탈이 나면 고스란히 벤치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 두산 벤치의 소신이 말로 설명이 필요 없는 시리즈 1차전 초반 흐름을 가져왔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