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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왜, 매년 '부상 악령'에 시달릴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25 11:55



왜 유독 KIA만 '부상'에 시달릴까. 많은 이들의 시선이 엇갈리지만, 원인은 분명 있다.

KIA가 7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24일 목동 넥센전에서 2대4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대로라면 후반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NC에게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 24일 현재 8위 NC에 2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이날 KIA는 모처럼 2점을 먼저 내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안치홍-홍재호 키스톤콤비의 잇따른 실책으로 3점을 헌납하며 자멸했다. 선발 서재응은 6⅓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다. 모두 비자책. 결국 팀은 패배했다.

4강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KIA는 원동력을 잃었다. 동기가 사라졌다. 덕아웃 분위기가 축 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그마한 실수 하나라도 나온다면, '오늘도 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자연스레 집중력은 떨어지고, 맥없이 무너지게 된다. 이날 안치홍-홍재호 키스톤콤비는 5회 귀신에 홀린 듯 실책을 남발했다. 하나씩 나오는 실책이라면 모를까, 실책이 집중된다면 십중팔구 실점이다.

이처럼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미래'는 없다. 이럴 때일수록 새 얼굴들은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기 위해 파이팅을 보여줘야 하고, 여기서 나오는 선순환으로 팀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현재 KIA엔 그런 선순환이 사라졌다.

냉정히 말해 4강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올시즌에도 '부상'이 KIA를 괴롭혔다. 이젠 부상 이탈자가 나오는 것도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23일엔 최희섭과 김선빈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최희섭은 왼쪽 무릎 통증, 김선빈은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해 아예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 첫번째날 경기가 28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렸다. 7회말 삼성 김상수가 KIA 양현종의 투구를 받아쳐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홈런을 허용하고 마운드에 주저앉은 KIA 양현종의 모습.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28/
지난해 'L-C-K포(이범호 최희섭 김상현)'가 단 한차례도 함께 가동되지 못할 정도로 KIA는 부상 악령에 시달려왔다. 매년 반복이다. 시즌 도중 튀어나오는 주축선수의 갑작스런 부상, 그리고 성적 하락. 시즌 말미 부상 릴레이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이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최대어 김주찬은 '김주찬 효과'를 불러올 정도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개막 후 4경기만에 손등에 공을 맞는 불의의 부상을 시작으로, 두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이후 고군분투했지만, 8월 중순 허벅지 부상으로 다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전반기 9승을 올리며 에이스 역할을 했던 좌완 양현종은 옆구리 부상으로 7월 한달간 자리를 비웠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옆구리 근육파열 진단을 받고 빠졌다.

KIA는 왜 매년 부상 악령에 시달리는 걸까. 원인을 찾아야 한다. 물론 부상의 경우, '예측 불가능한' 변수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른다. 부상은 다른 팀에서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유독 KIA만이 매년 주축선수들의 부상 공백으로 고전하고 있다.

일단 KIA의 성적 부진이 선수들의 부상을 부각시키는 측면이 있다. 성적이 부진할 경우, 원인을 찾는 게 우선순위다. 자연스레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사후 문제다. 부상의 패턴을 유심히 봐야 한다. 대체불가능한 주전멤버의 이탈이 그 시작이다. 지난해엔 김상현(현 SK)이 개막전에서 손바닥을 다쳐 수술을 받아 시즌 초반부터 자리를 비웠다. 여기에 이범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1,2군을 오갔고, 1군서 42경기 출전에 그쳤다.


KIA와 LG의 2013 프로야구 주말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18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1사 1루 KIA 이범호의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때 홈으로 파고들던 1루주자 김선빈이 LG 포수 조윤준의 블로킹에 태그아웃되고 있다.
군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8.18/
이번에도 김주찬의 부상이라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있었다. 신종길이라는 훌륭한 대체자가 나왔지만, 신종길마저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발빠른 외야수 1명의 공백. 어찌 보면 KIA의 추락은 이 둘 모두 자리를 비웠던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이후 나오는 부상은 어떨까. 대개 전력에 큰 손실을 입고 나서 선수단은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공백을 최소화시키려 남은 이들은 그라운드에서 무리하게 된다. 투지는 좋지만, 부상이 나올 확률은 높아진다.

또한 남은 전력에 걸리는 과부하도 심해진다. 마운드에 문제가 생기면, 에이스나 나머지 불펜투수들이 책임져야 할 몫이 더 커진다. 타자들 역시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올해 타선의 김주찬과 김선빈, 그리고 마운드의 양현종이 이런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책임감에 오버페이스를 하면서 몸에는 데미지가 쌓였고, 한 번에 터져버렸다.

이제 '부상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는 부상방지를 위한 관리일 것이고, 둘째는 부상자 발생 이후 대처다.

물론 첫번째 '관리'의 경우 지금도 충분히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년 시달린 통에 시스템은 충분히 구축했다. 이제 두번째, 부상자 발생시 '대체가능한 전력'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남은 시즌, KIA가 무기력한 모습 대신 젊고 패기 넘치는 '새 얼굴'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할 이유다.

여기에 부상 선수가 나왔을 때, 무리하지 않고 선수단을 운용해야 한다. 무리하는 순간, 다른 선수들마저 부상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장기 레이스'답게 팀을 운용해야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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