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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왜 체인지업을 안 던졌나? 볼배합 미스테리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8-20 10:51



아쉬운 볼배합이었다. 최근 좌타자 상대로 재미를 본 체인지업을 꺼내지 않았다. 두 왼손타자에게 허무하게 공략당했다.

'LA 몬스터' 류현진(26)이 시즌 24번째 선발등판에서 시즌 13승 달성에 실패했다.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7⅓이닝 6피안타 2볼넷 5탈삼진 3실점했다. 투구수는 112개였다. 3회와 6회 연속안타로 실점하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투수에게 안타 맞자, 직구 승부 고집? 왼손 상대 아쉬운 볼배합

류현진은 1회말 1사 후 도노반 솔라노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마이애미 팀내 홈런-타점을 기록중인 지안카를로 스탠튼을 삼진으로 잡는 동시에 솔라노의 도루를 저지해내면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2회를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막아낸 류현진은 3회 들어 고전했다. 아웃카운트 2개를 손쉽게 잡아낸 류현진은 상대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2구째에 한복판으로 90마일(약 145㎞)짜리 직구를 던지다 깔끔한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날 첫 피안타였다. 하필 투수에게 첫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투수에게 완벽히 공략당해서일까. 류현진은 평소와 달리 흔들렸다. 1번타자 크리스티안 옐리치와 상대할 때 직구 승부를 고집했다. 페르난데스에게 직구를 얻어 맞은 게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볼이 된 4구째 슬라이더를 제외하곤, 4개의 공이 직구였다. 결국 바깥쪽 높은 90마일짜리 직구를 공략당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고 말았다. 첫 실점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옐리치가 좌타자였다는 점. 게다가 옐리치는 왼손투수에게 약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른손투수에게 3할6푼4리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왼손투수에겐 1할5푼8리로 고전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런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왼손투수가 왼손타자에게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공은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다. 하지만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결정구로 쓰기엔 다소 부족하다.


류현진의 투구 모습. 스포츠조선DB

잘 알려져 있듯, 류현진의 결정구는 서클체인지업이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이 공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류현진은 최근 들어 우타자 외에 좌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을 많이 구사하고 있다. 좌타자 상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었다. 지난달 27일 신시내티전에서 추신수를 상대할 때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해 재미를 봐왔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은 체인지업에 인색했다. 6회 옐리치와 다시 만났을 땐 슬라이더만 3개 던졌다. 유격수 앞 땅볼로 잡아내긴 했지만, 다소 의아한 부분이어다. 8회 옐리치의 네번째 타석이 돼서야 체인지업이 나왔다.

좌타자 상대로 재미 봤던 체인지업, 왜 안 던졌을까

류현진의 직구 고집은 3회 2실점으로 이어졌다. 옐리치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은 뒤, 우타자 솔라노에게 한복판으로 92마일(약 148㎞)짜리 직구를 던지다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4회와 5회는 삼자범퇴로 넘겼다. 우타자 상대로 체인지업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6회 다시 집중타를 맞고 추가실점했다.

류현진은 6회 1사 후 다시 만난 솔라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번엔 초구에 한복판으로 직구를 던졌다. 3번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에게 6구만에 중전안타를 맞아 1사 1,2루. 류현진이 4번타자 로간 모리슨에게 볼 2개를 던지자, 포수와 내야수 그리고 투수코치까지 전부 마운드에 올라왔다.

흔들리는 류현진을 진정시키고자 한 것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4구째에 몸쪽으로 치기 좋은 직구를 던지다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팀 타선이 6회초 힘겹게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 실점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날려버렸다.

모리슨 역시 좌타자다. 이날 마이애미 라인업엔 좌타자가 옐리치와 모리슨 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둘에게 무너졌다. 모리슨도 옐리치와 마찬가지로 왼손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다. 우완투수 상대 3할4푼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좌완 상대로는 1할4푼에 그쳤다.

2구째에 체인지업을 하나 던지긴 했지만, 그동안과는 분명 다른 패턴이었다. 좌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은 분명 효과적이었다. 몸쪽 떨어지는 공이 몸에 맞는 볼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 바깥쪽으로 떨어뜨리다 가운데로 몰릴 수 있다는 부담감이 류현진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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